미, 코로나로 100만명 사망…"호주였다면 90만명 살렸을 것"

입력 2022-05-16 11:47
미, 코로나로 100만명 사망…"호주였다면 90만명 살렸을 것"

인구 구성 비슷한 미국·호주, 코로나 사망률은 10배 차이

"정부 대응·의료 시스템·사회적 인식이 차이 만들어"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미국과 호주의 인구 구성 통계는 비슷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률은 호주가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현실을 조명하면서, 정부 대응과 의료 시스템, 사회적 인식이 큰 차이를 만들었다고 15일(현지시간)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두 나라 모두 영어권 민주주의 국가로, 중위연령은 38세로 같다. 도시 인구 비율도 호주 86%, 미국 83%로 엇비슷하다.

호주가 코로나19 방어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태평양 멀리 외딴곳에 있다는 지리상 요인을 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상은 호주 역시 미국처럼 오래 전부터 무역, 관광, 이민 등을 통해 전 세계와 연결돼 있다.

2019년에 호주를 다녀간 관광객은 950만명에 달한다. 시드니나 멜버른은 뉴욕 등 다른 미국 대도시처럼 쉽게 코로나 확진자로 넘쳐날 수도 있었다고 NYT는 지적했다.

하지만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WID)에 따르면 11일 기준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 수(누적)는 미국이 3천2명으로 호주(302명)의 꼭 10배다.

호주의 사망률이 미국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NYT는 정부의 빠른 대처를 꼽았다.

호주에서는 2020년 1월 25일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 5일 뒤 미국에서도 첫 번째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왔다.

호주는 2월 1일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을 상대로 국경을 닫았고, 이틀 뒤 호주인 241명이 중국에서 빠져나왔다. 정부는 이들을 14일간 격리했다.

이어 호주는 국경을 완전히 폐쇄했고, 코로나19 무료 검사와 접촉자 추적을 위한 시스템도 도입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직원이 집에서 격리하더라도 급여를 지급하는 연방 프로그램도 가동함으로써 직장 내 전파를 차단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정부는 아무일도 아니는 듯 행동했다고 NYT는 짚었다.



두 나라는 의료 시스템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2020년 6월 멜버른의 공공병원 로열 멜버른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인구 500만명인 멜버른에서 로얄 멜버른은 돈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병원이었다.

호주는 의료진에게 마스크 등 의료 장비를 지원하고 환자를 격리했으며 111일간 병원을 폐쇄했다. 이 기간에 의료 종사자 중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다.

반면 인구 800만명의 뉴욕에서는 2020년 9월 말까지 300명이 넘는 의료 종사자가 코로나19로 사망했다. 당시 뉴욕의 의료진은 보호 장비 부족을 겪었으며 실제로 의료진 사망자 수는 병원의 재정에 따라 갈렸다.

공공 의료보험과 민간 보험이 혼재된 병원 시스템을 갖춘 호주에서는 병원 간 환자 이송과 업무 분담을 위한 협약을 맺고 있다. 병원들은 의료비 지급이 잘 될 것이라 믿고 함께 일한다, 반면 미국은 의료 시스템 내에서 병원 간 협력이 체계 없이 이뤄진다고 NYT는 지적했다.



사회적 인식에서도 양국이 뚜렷이 대비된다. 호주인들 역시 호주 정부의 강력한 봉쇄 정책에 이런저런 불만이 있지만 대부분은 정부 정책을 잘 따르는 편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을 때 호주인 76%는 정부의 보건 시스템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반면 미국은 정부 보건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34%에 불과했다.

백신 접종률에서도 두 나라는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현재 호주 성인의 95% 이상이, 전체 인구의 85%가 백신을 2회 접종했다. 반면 미국은 이 수치가 66%에 불과하다.

오미크론 변이 출현으로 호주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역시 크게 늘었지만, 백신 접종자가 많아 사망률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증가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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