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중 CO₂는다고 나무 생장 빨라져 탄소흡수 커지지 않아
기온·양분 등 다른 요인도 작용…숲 탄소저장량 과대평가 의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가 늘어나면 이를 이용해 광합성을 하는 나무의 생장이 빨라져 더 많은 양의 탄소를 흡수해 저장할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런 점 때문에 지구온난화에 대처하는 자연적인 방법으로 '나무 1조 그루 심기' 등이 제시되기도 했는데 CO₂증가로 나무의 광합성이 늘어난다고 생장이 빨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광합성 이외에 기후와 온도 등 다른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온난화 시대 숲에 의한 탄소 저장력이 과대평가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유타대학 생물과학 부교수 윌리엄 앤더레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광합성과 나무 생장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얻은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숲은 광합성으로 대기 중의 CO₂를 흡수해 토양이나 나무줄기 등에 저장함으로써 인류가 배출하는 CO₂의 약 25%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CO₂의 비료 효과로 대기 중 CO₂가 늘어날수록 나무가 더 많이 생장하고 이를 통해 흡수하는 탄소 저장량도 늘어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 가설이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가 늘어나면서 탄소 저장량이 기온이나 가용 수분과 영양 등 다른 조건에도 민감할 수 있는 것으로 제시돼 왔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세계 78개 숲에서 광합성을 통해 식물이 흡수한 CO₂양을 측정하고 이를 '나이테 자료은행'(Tree-Ring Data Bank)의 나이테 생장 자료와 비교했다.
이를 통해 광합성과 나무의 생장 간의 강한 비동조화를 확인했다. 수종과 생태적 특성, 기후조건 등에 따라 실질적인 차이를 보여 광합성과 나무 생장 간에 추정돼온 선형적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덥고 습한 지역에서는 광합성이 늘면 나무 성장이 빨라지며 연관성이 있으나 춥고 건조한 지역에서는 광합성과 관계없이 나무 생장이 제한돼 숲의 탄소 저장력을 계속 제한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기후학자 줄리아 그린 박사는 관련 논평에서 "이번 결과는 기후변화 대처 방안으로 나무 심기 등과 같은 자연 생태계 이용과 이런 자연 대책의 성공과 관련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논문 제1저자인 안토인 카본 박사는 수학방정식과 식물의 특성을 이용해 미래 숲의 생장을 예측하는 식생 모델은 거의 모두가 대기 중 CO₂가 많으면 나무 생장도 늘어나는 것으로 설계됐다며 "나무 생장이 다른 요소의 영향을 받을 때도 있다는 사실은 많은 숲에서 대기 중 CO₂가 늘어나도 나무 생장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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