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곡창지대 밀농사 망쳤다…'밀가루 대란' 닥치나

입력 2022-05-13 11:16
수정 2022-05-13 12:30
세계 곡창지대 밀농사 망쳤다…'밀가루 대란' 닥치나

프랑스·인도 수확 반토막, '밀 주요 공급국' 우크라도 35% 급감할 듯

여러 지역 재배하지만 전쟁·가뭄 동시다발 악재

식탁물가 위협…G7, 우크라 밀 수송로 확보하려 부심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고온 건조한 날씨가 습격하면서 세계 주요 곡물 중 하나인 밀 생산에 비상이 걸렸다.

이는 밀을 주재료로 하는 빵과 라면 등 일상 식품 가격을 상승시키면서 밥상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올해 밀 생산은 7억7천440만t으로, 지난해보다 4.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밀 생산 감소는 2018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밀 재고도 2억7천500만t에 그쳐 3.4%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밀은 내성이 강해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생산된다. 전쟁과 같은 상황으로 한 지역에서 생산량이 줄어든다 해도 다른 지역에서 대체가 가능하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가 밀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데 더해 전 세계적인 가뭄이 프랑스와 인도, 미국의 생산량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위성 데이터 분석업체 케이로스는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올해 우크라이나 밀 생산량을 2천100만t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5년간 평균보다 23%, 지난해 3천300만t에 비해서는 35% 감소한 수치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밀 수출량 2천만t으로 세계 6위의 밀 수출국이었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한 혼란과 함께 주요 밀 재배지가 있는 동부에 전투가 집중되면서 밀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자체 식량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곡물 수출을 금지하기 시작했고, 러시아가 흑해 연안을 봉쇄해 운송도 어려워진 실정이다.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의 봉쇄를 뚫기 위해 루마니아나 발트해 항구를 통해서 루트를 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유럽 최대 밀 수출국인 프랑스에서는 건조한 기후가 계속되면서 올해 작황이 최악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는 지난해 밀 2천만t을 수출해 유럽연합(EU) 최대 밀 수출국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에서 올해 총강수량이 3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며 이에 밀 출하량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 한 곡물업체는 "최악의 경우 올해 수확량이 예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 두 번째 밀 생산국인 인도의 경우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3월 기온이 1901년 이후 121년 만에 가장 높게 책정됐다.

이 때문에 올해 밀 생산량이 전년 대비 10%에서 많게는 5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인도 당국도 당초 밀 생산을 1억110만t으로 예상했으나, 1억50만t으로 더 낮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보다 생산량이 더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대표적인 밀 생산국인 미국에서도 50개 주 가운데 절반이 넘는 주에서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고, 캐나다는 파종이 예년보다 늦었다.

전 세계 최대 밀 생산국인 중국의 경우 지난해 가을 이례적인 홍수 이후 겨울 밀 생산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유럽 곡물시장 연구업체 스트래티지 그레인스의 오레리언 블래리 전문가는 "물 부족이 지속된다면 생산 전망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밀 공급에 비상이 켜지면서 밀값도 뛰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밀 t당 가격은 407 달러로 지난해보다 30% 이상 뛰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밀 공급 우려로 주요 음식 가격이 상승하고, 배고픔과 생계비 위기가 아프리카부터 유럽까지 깊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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