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필리핀 끌어안기 '총력'…"마르코스 당선으로 관계 강화"

입력 2022-05-13 10:09
中, 필리핀 끌어안기 '총력'…"마르코스 당선으로 관계 강화"

주필리핀 중국대사 "새 정부와 협력 증진 기대"

시진핑, 축하 전문 보내…"좋은 업무 관계 기대"

바이든도 마르코스에 축하 전화…동맹 관계 강화 나설 듯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필리핀 대통령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이 당선된 가운데 중국 대사가 이를 계기로 양국 관계가 강화될 거라고 밝혔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닐라 주재 중국 대사인 황시롄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필리핀의 새 정부와 협력 증진을 기대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11일 마르코스에게 당선 축하 전문을 보내 "좋은 업무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고 전하면서 양국 관계 증진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마르코스는 지난 9일 실시된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21년간 장기집권하다가 시민혁명에 의해 하야한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마르코스는 대통령에 취임하면 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 정책 기조를 이어갈 공산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선거에서 부통령에 당선된 두테르테의 딸 사라(43)와 러닝 메이트를 이뤄 상대 가문의 정치적 영향력과 기반을 흡수한 게 대선 승리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마르코스는 대선 출마 후 중국과의 관계를 묻는 언론 매체의 질문에 "두 나라가 직접 대화를 하겠다"고 밝혀 동맹인 미국과 상의하지 않고 중국과의 관계를 독자적으로 설정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마르코스는 개인적으로도 미국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지니고 있다.

그는 지난 1995년 하와이 지방법원이 마르코스 일가에 대해 부정축재한 20억달러를 독재 치하에서 고통받은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하자 이를 거부했다가 법정모독죄까지 추가됐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군사전략적 요충지이자 동맹인 필리핀의 중요성을 의식해 마르코스에게 친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마르코스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 축하 메시지를 전하면서 동맹 관계를 강화하자고 말했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조속히 마르코스 정부와의 접촉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역사적으로 돌이켜볼 때 일부 어려운 문제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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