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가스 무기화' 공급 축소…의존도 높은 독일 노심초사
러 가스관 운영사 제재에 독일 가스공급 3% 줄어…"대체 가능하나 공급가격 상승"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러시아의 가스 무기화가 실제로 닥치면서 유럽 각국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은 당장은 큰 영향이 없다면서도, 가스공급 축소 사태가 심화할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의 가스관 운영사 제재로 인한 영향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정도"라면서 "러시아에서 하루 1천만㎥ 분량의 가스가 더이상 공급되지 않는 것인데, 이는 독일 전체 수요량의 3% 정도"라고 말했다.
이 정도 분량은 대체가 가능하지만, 공급가격은 더 높아질 것으로 하벡 부총리는 예상했다. 이에 따라 가스 비상공급계획 조기경보를 비상경보로 상향 조정할 필요는 아직 없다는 게 하벡 부총리의 판단이다.
러시아는 이날 러시아의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의 독일 법인 가스프롬 게르마니아와 그 자회사 등 유럽내 가스관 운영사 31곳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했다. 이들은 가스 거래와 저장을 담당한다.
앞서 가스프롬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공급량이 3분의 1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주요 루트의 가스운송시설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때문에 가스수송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가스 공급이 줄었다는 소식에 유럽 시장에서 가스 기준지수 가격은 1메가와트시(MWh)당 최대 22% 뛰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독일 에너지 업계에서는 러시아의 제재가 가스프롬 게르마니아를 파괴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지만, 러시아와 독일 간 가스거래 전반의 파괴를 목표로 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고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전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를 통한 가스 공급이 더 줄어들거나, 가스대금의 루블화 결제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는 경우다.
이날 러시아의 가스관 운영사 제재로 유럽내 러시아산 가스 저장이 금지되면서 독일내 33곳의 47개 가스저장고 운영이 어떻게 될지도 우려되고 있다. 독일의 가스저장고는 현재 40%가 채워진 상태이고, 가스프롬 저장고는 0.5%만 차 있다.
독일은 러시아와 가스거래에서 불확실성을 축소하기 위해 가스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독일은 이미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도를 올해 초 55%에서 30% 수준으로 줄인 바 있다.
독일은 연간 러시아산 가스 사용량을 450억㎥에서 300억㎥로 줄이고, 나머지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부유하는 LNG 터미널'로 불리는 LNG 특수선 4척을 확보했다.
이들 중 2척은 연말까지, 나머지 2척은 내년 5월까지 독일 가스공급체계와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325억㎥의 가스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독일 정부의 설명이다.
독일을 거쳐 오스트리아 등 다른 곳으로 가는 러시아산 가스는 올해 3분기 네덜란드에 설치되는 부유하는 LNG터미널로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독일은 전망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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