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 잃고도 건재한 콜롬비아 최대 카르텔, 대선 앞 무력 과시
걸프 클랜, 두목 美 인도 이후 보복 공격…나흘간 민간인 24명 숨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최대 마약 조직 '걸프 클랜'이 무차별 공격으로 일종의 무력시위를 벌였다.
12일(현지시간) 콜롬비아 군은 전날 북부 볼리바르에서 걸프 클랜의 공격을 받아 군인 1명이 숨지고, 군인 6명과 경찰 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걸프 클랜은 콜롬비아에서 다른 나라로 가는 전체 코카인의 30∼60%를 책임지는 최대 마약 조직이다.
조직을 이끌던 다이로 안토니오 우수가(50), 일명 '오토니엘'이 지난해 콜롬비아 군경의 대규모 작전 끝에 체포돼 지난주 미국으로 인도됐다.
오토니엘 검거 당시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은 "걸프 클랜의 끝"을 알리는 성과라고 강조했으나, 걸프 클랜은 두목을 잃은 후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새로운 두목들이 조직을 이끌면서 지난 4일 오토니엘의 미 인도에 반발해 나흘간의 '무장 시위'로 건재를 과시했다.
'무장 시위'는 콜롬비아 반군이나 범죄 조직이 종종 구사하는 전략으로, 특정 지역에서 주민들의 이동이나 상업 활동을 통제하며 당국을 압박한다.
콜롬비아 특별평화재판소(JEP)에 따르면 5∼8일 무장 시위 기간 콜롬비아 전체 36개 주 가운데 10개 주, 178개 지역에서 민간인 24명이 숨졌다. 걸프 클랜 조직원들이 불태운 차량도 200대가량에 달한다.
AFP통신이 인용한 콜롬비아 평화와화해재단 통계에 따르면 걸프 클랜은 콜롬비아 241개 지역에서 활동 중이다. 작년보다 오히려 31개가 늘었다. 조직원은 3천200명가량으로 이중 절반이 무장 조직원들이다.
걸프 클랜의 무장 시위 선언 후 콜롬비아 군경이 해당 지역에 대거 추가 배치됐으나 상황을 통제하진 못했다.
콜롬비아 싱크탱크 갈등대응재단의 카일 존슨 연구원은 AFP통신에 "정부는 더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며 "당국의 조치로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오는 29일 대통령 선거 1차 투표를 앞두고 마약 카르텔이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으면서 각 후보자의 치안 대책도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됐다.
여론조사 선두 후보인 좌파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는 현 정부의 치안 정책 실패를 강하게 비판하며, 자신이 당선되면 걸프 클랜을 비롯한 마약 카르텔, 반군 등과 평화 프로세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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