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가는 가스관 잠그는 러시아…"가스 무기화"(종합2보)

입력 2022-05-12 20:57
수정 2022-05-13 14:41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 잠그는 러시아…"가스 무기화"(종합2보)

"우크라이나 경유해 유럽으로 가는 가스량 1/3 줄어"

러, 가스프롬 게르마니아 등 가스관 운영사 31곳 제재…"가스 공급 중단"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밸브를 잠그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 독일은 "러시아가 가스를 무기화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공급량이 3분의 1가량 줄었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가스프롬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를 통한 유럽행 가스 운송량은 5천60만㎥로 전날의 7천200만㎥에서 3분의 1가량 줄어들었다.

가스프롬은 이는 우크라이나가 주요 루트의 가스 운송시설 가동을 중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운송 기업 GTSOU는 소크라니우카 라인을 통한 가스 수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러시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GTSOU는 교전 지역인 돈바스의 루한스크 지역을 지나는 소크라니우카 라인이 러시아의 방해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크라니우카 라인은 하루 약 3천260만㎥의 가스를 수송해 왔다.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산 가스의 3분의 1 정도에 달하는 양이다.



가스프롬이 발표한 수치와 GTSOU의 수치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GTSOU가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운송량은 하루 전 7천300만㎥에서 이날 5천300만㎥로 줄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2월 24일 침공 이후에도 러시아산 가스가 유럽으로 가는 주요 경유지 역할을 해왔다.

과거 유럽과의 분쟁 때마다 가스 밸브를 잠그는 전술을 써온 러시아가 또다시 가스 공급을 무기로 삼고 있다고 블름버그는 지적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이날 가스프롬의 독일 법인 '가스프롬 게르마니아'와 그 자회사들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법률 정보 공시 사이트를 통해 유럽 내 가스관 운영사 31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는데, 가스프롬 게르마니아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가스프롬 게르마니아는 지난달 러시아 본사가 아무 설명 없이 법인 소유권을 포기한 이후로 독일 정부 기관인 연방네트워크청이 관리해왔다.

'야말-유럽' 가스관의 폴란드 내 운영사인 '유로폴 가스'와 스위스, 헝가리, 영국, 프랑스, 불가리아 등지에 있는 가스프롬 게르마니아의 29개 자회사도 러시아의 제재 대상이 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제재 대상에 오른 운영사들에는 가스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재란 (가스 공급을) 차단한다는 것"이라며 "이제 우리와 이들 업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이 회사들은 (가스) 공급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일련의 조치는 유럽 등 서방이 제재 수위를 높이며 압박하자 가스를 무기로 삼아 보복에 나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러시아의 유럽 내 최대 천연가스 고객인 독일은 이번 제재로 인해 러시아산 가스 없이 겨울을 나야 할 위기에 몰렸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상황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라며 "러시아가 가스를 무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러 영역에서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스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가로, 이중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 55%에서 최근 30%까지 떨어졌다.

가스프롬 게르마니아가 독일의 가스 공급망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등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하벡 부총리는 러시아산 가스 대체 공급자를 찾았다면서, 해당 공급자에 대한 정보는 추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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