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봉쇄령 지적했다가…WHO사무총장 웨이보서 '악플' 세례
'제로 코로나 지속불가' 발언에 中 SNS서 삭제·공유금지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한 발언이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에서 삭제되는 등 인터넷상에서 검열을 당하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중국 전문가들과 이 문제를 논의했고, 다른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1일(현지시간) CNN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유엔 공식 계정은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의 이 발언을 중국 현지 시각으로 11일 새벽에 게재했는데, 그 직후부터 비아냥조의 비판글이 줄줄이 달렸다.
주요 댓글 중 하나는 "우리나라의 방역 정책을 왜곡, 의심, 부정하는 일체의 언행과 결연히 투쟁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를 타도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지난 5일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우리나라의 방역 정책을 왜곡, 의심, 부정하는 일체의 언행과 결연히 투쟁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시진핑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WHO에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보겠다는 비아냥조의 비판글로 볼 수 있다.
한 이용자는 "이제는 유엔의 검증된 계정까지 차단할 것이냐"는 글을 남겼는데, 테워드로스 사무총장 관련 게시물은 11일 오전 웨이보에서 실제로 사라졌다.
웨이보는 차단 이유에 대해 "작성자의 프라이버시 설정 때문"이라고만 밝혔다.
중국의 또 다른 소셜미디어 위챗도 비슷한 시간대에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의 발언을 담은 게시글의 공유를 금지했다.
위챗은 "이 글은 관련 법과 규정을 위반해 공유가 금지됐다"고 고지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의 브리핑 동영상 역시 위챗에서 삭제됐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과 너무 가깝다'는 비난을 받았던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중국에서 검열 대상이 된 것이다.
중국은 지역주민 전수 검사와 감염자 및 밀접 접촉자 격리, 지역 봉쇄 기반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WHO의 언급에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계자들이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대하길 희망한다"며 "사실에 대해 더 많이 파악하고, 무책임한 발언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응해 인구 2천500만명의 '경제수도' 상하이를 포함해 전국 여러 도시를 차례로 봉쇄했는데, 중국 내부에서도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치명률이 높지 않은 오미크론 확산 이후 대부분의 국가가 서서히 '위드 코로나'로 이행하는 것과도 대비된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는 자국 내 노인인구 규모와 열악한 의료 체계를 감안할 때 제로 코로나가 최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의 발언이 있던 날 중국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을 통해 중국이 오미크론 변이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155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예측 결과를 발표했다.
상하이 푸단대 연구진은 코로나19를 제어하지 못하면 5월에서 7월 사이 대유행이 생기고, 이때 발생 가능한 유증상 환자 1억1천200만명의 가운데 270만명은 집중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망자는 155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는데, 이때 유증상 환자 전부가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복용할 경우 집중치료실 입원과 사망이 모두 89%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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