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감싸는 미국, 국무부 개황서 "중국의 일부분' 표현 삭제
(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대만을 둘러싼 미중 대결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가 공식 사이트에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표현을 삭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1일 연합보와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지난 5일 공개한 '미국과 대만의 양자관계 개황'(Fact Sheet)에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을 삭제했다.
미 국무부가 공식 사이트 개황 자료에서 해당 부분을 삭제한 배경과 경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국무부는 다만 대만관계법, 미중 3대 공동성명(수교 당시 공동성명 등 양국 관계 관련 주요 성명), 6대 보장에 기초해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하나의 중국' 정책이 시행되고 있음을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바뀐 것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연합보가 전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공식 사이트의 일부 내용이 삭제된 경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뿐"이라며 "대만은 중국 영토에서 나눌 수 없는 일부분으로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는 국제사회가 합의한 보편적 견해이자 공인된 국제관계의 준칙"이라고 덧붙였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이어 "미국 측이 양자관계 개황을 수정한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허구화하거나 속 빈 강정으로 만드는 방해 술수"라면서 대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대만해협의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는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미 국무부가 2018년 8월 공개한 양자관계 개황 첫머리에 미국과 대만이 강건한 '비공식적인 관계'를 누리고 있다고 적은 점을 상기시켰다. 당시 개황에는 1979년 미중 3대 공동성명에 따라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인정한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개황에는 첫머리에 "민주주의를 선도하고 기술 강국인 대만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파트너"라고 언급했다.
미 국무부가 3년여만에 개황을 바꾼 것과 관련해 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천탕산(陳唐山) 전 외교부장(장관)은 대만이 민주주의 진영에 굳건히 서 있는 상황에서 미 국무부가 국제정세 변화와 미국 내 분위기 등을 감안해 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예야오위안(葉耀元) 국제관계 교수는 미국이 1979년부터 시작한 '하나의 중국'과 전략적 모호성을 정식으로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대만 안보 보장 등과 관련해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옌전성(嚴震生) 정치대 국제관계센터 연구원은 통상적인 수준의 수정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면서 다만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삭제한 것은 차이잉원 총통이 선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는 22일 개막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고의사결정기구 세계보건총회(WHA) 연례회의와 관련해 미국이 어떻게 대만을 지지할 것인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jinbi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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