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퍼 전 美국방 "미군 생활여건 불만에 韓에 사드철수 언급"

입력 2022-05-10 17:20
에스퍼 전 美국방 "미군 생활여건 불만에 韓에 사드철수 언급"

회고록서 2020년 SCM 발언 공개…합참의장에 사드 철수 영향 평가 지시

서욱 국방장관 면전서 압박…"연기였지만 한국에 충격줄 필요있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미국이 2020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대의 생활여건에 불만을 품고 한국 정부에 사드 철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고 마크 에스퍼 전 국방부 장관이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에스퍼 전 장관은 10일 출간한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에서 2020년 10월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한국 측과 마지막 회동에 대해 회고했다.

그는 회동의 성격을 설명하지 않았지만 2020년 10월 14일 미국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과 함께 개최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로 추정된다.

에스퍼 전 장관은 당시 회동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계속된 요청에도 경북 상주에 있는 사드 부대의 생활여건을 개선하지 않는 것에 강한 불만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그는 테이블 건너편의 한국 당국자들을 번갈아 보면서 "내가 3년 전 사드 포대를 방문했을 때도 열악한 상황이었고 당신은 '노력하고 있으니 인내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이듬해 다시 문제를 제기했으나 똑같은 답을 받았다. 이건 동맹이 동맹을 대우하는 방식이 아니다. 군이 장병을 돌보는 방식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당신들의 아들과 딸이 이런 환경에서 생활하고 근무하면 행복하겠느냐"고도 했고 한국 당국자들이 어떻게 답할지 고민하는 동안 회의장이 긴장으로 가득 찼다고 회고했다.

또 함께 참석한 마크 밀리 합참의장에게 "의장님, 합참이 사드 철수의 영향을 평가하고 해당 임무를 한반도 밖에서 수행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를 제시하는 연구를 수행하기를 바란다. 90일 내로 제출하면 좋겠다"고 한국을 압박했다.

밀리 합참의장은 그 자리에서 바로 "네,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고, 한국 당국자들은 "어쩔 줄 몰라 했다"고 에스퍼는 전했다.

다만,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발언을 연기(performance)로 묘사해 실제로 사드 포대를 철수할 생각이 있었던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외교적이지 않았고 그렇게 해서는 안 됐다면서도 한국인들이 행동하도록 충격을 줄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의회 이후 실제 한국이 행동에 나섰다고 전했다.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