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끝난 미 죄수와 교도관 '사랑의 탈주'(종합)

입력 2022-05-10 15:05
죽음으로 끝난 미 죄수와 교도관 '사랑의 탈주'(종합)

흉악범·교도관 공모해 탈옥 뒤 11일간 동반 도주행각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미국 앨라배마주의 한 구치소에서 탈옥한 남성 흉악범과 이를 도운 여성 교도관이 동반 탈주 11일 만인 9일(현지시간) 붙잡혔다.

검거 과정에서 교도관은 총으로 자신을 쏴 중태에 빠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앨라배마주 로더데일 카운티의 릭 싱글턴 보안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탈주범 케이시 화이트(38)와 교도관 비키 화이트(56)를 인디애나주 에번즈빌에서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에번즈빌은 케이시가 탈옥한 로더데일 카운티 구치소에서 약 350㎞ 떨어진 곳이다.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두 사람은 차량 도주극 끝에 연방 보안국에 붙잡혔다.

당시 보안국은 추격전을 벌이다 둘이 타고 달아나던 차량을 들이받아 겨우 검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뒤집힌 차량에서 빠져나온 케이시는 경찰에 항복했지만 비키는 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국은 비키가 어떻게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자세한 경위는 밝히지 않았으며 10일 부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싱글턴 보안관은 "비키는 25년간 근무하면서 인정받는 교도관이었지만 위험한 자를 데리고 혼자 교도소를 나섬으로써 규정을 어겼다"라며 "전혀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케이시는 2016년 살인미수, 강도 등 7개 죄명으로 7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2020년에는 2015년 발생한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고 자백했다가 이후 부인해 로더데일 카운티 구치소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9일 오전 케이시의 정신 감정을 위해 외래 병원에 다녀온다며 구치소 밖을 나선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실종 직후 죄수가 교도관을 인질 삼아 탈주극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바로 '반전'이 펼쳐졌다.

교도관 비키의 행적에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당시 케이시의 병원 예약은 있지도 않았고 비키가 근무하는 날도 아니었다.

비키가 케이시와 잠적하기 직전 집을 처분하고 퇴직을 신청하는 등 신변 정리에 나선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둘이 단순한 죄수와 교도관 사이가 아닌 '특별한 관계'였음을 드러내는 정황이 잇따라 나왔다. 비키는 수년간 케이시를 면회하며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 교도관이 18세 연하 죄수와 사랑에 빠져 둘이 함께 '사랑의 탈주'를 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로 드러났다.

보안국은 두 사람이 동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2006년식 포드 픽업트럭을 특정하고 추격에 나섰고 제보를 통해 이들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들은 AR-15 소총과 산탄총 등으로 무장하고 도주 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글턴 보안관은 "오늘 위험한 자를 체포했다"라며 "그는 이제 다시는 햇빛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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