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호황에도 인력난에 조선업계 '울상'…LNG선 건조 어쩌나
7년새 조선소 인력 54% 감소…업황 개선에도 기술자 리턴 거의 없어
'한국 독보적' LNG선 발주는 사상 최대…"외국인 노동자로 채울 수밖에"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국내 조선업계가 유례없는 수주 호황에도 배를 건조할 인력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016∼2019년 조선업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의 여파가 크지만, 설계·연구 등 기술력을 보유한 인력들이 조선업 취업을 꺼리는 것도 구인난의 이유로 지목된다.
여기에 더해 한국이 독보적 경쟁력을 가진 액화천연가스 운반선(LNG) 발주도 최근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어 국내 조선업체들의 고민과 한숨은 더욱 커지고 있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빅3' 가운데 한국조선해양[009540]과 대우조선해양[042660]이 지난달 이미 올해 수주목표의 절반 이상을 채우는 등 국내 조선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전에 없던 수주 랠리를 기록 중이다. 국내 도크(건조공간)가 꽉 차 한국업체에 발주를 원하는 해외 선사들이 중국이나 일본으로 발을 돌리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쏟아지는 일감에도 조선소 현장은 인력난으로 하루하루가 비상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사내 협력사를 포함한 국내 조선소 인력은 2014년 말 20만3천441명에서 지난해 말 9만2천687명으로 7년 새 54%나 줄었다.
특히 조선업 불황이 닥쳤던 2016년과 2017년에는 생산인력이 전년 대비 각각 17.5%, 34.3% 감소했다. 수주절벽 위기를 넘기 위해 조선소들이 대규모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 이유였다.
협회는 이때 조선소를 떠났던 용접·도장 분야의 기술자들이 수도권 육상 플랜트 사업이나 해외 조선소로 이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 호황에도 이러한 경력 기술자들이 국내 조선소로 돌아오지 않아 인력난은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전직한 분야의 근무 여건이 조선업계보다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친환경·디지털화에 따라 설계나 연구개발 전문가들이 필요한데도 이러한 인력들이 지방에 머물러야 하는 근무환경 등으로 조선 분야의 취업을 꺼리는 것도 문제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한국조선해양을 보유한 현대중공업그룹이 수도권인 판교에 글로벌 R&D 센터(GRC)를 구축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해양플랜트협회는 올해 9월 기준 조선 현장의 생산기능인력(협력사 제외)이 4만7천명까지 필요하지만, 현재 인력 수준은 3만8천명대에 머물러 9천500명이 추가적으로 투입돼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러한 조선업계의 인력난은 한국이 독보적 경쟁력을 지닌 LNG 운반선 발주가 사상 최대 규모로 치솟는 상황에서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의 여파로 올해 1분기 LNG 운반선 발주량은 2억9천986만CGT(표준선 환산톤수·37척)으로 분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LNG선은 선종 중 선가가 가장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수주점유율이 90%가 넘는 '효자' 선종이다.
LNG선은 영하 163도 이하로 온도를 유지하고 기체로 소실되는 양을 최소한으로 해야 하는데 이러한 기술력을 한국이 독점하고 있어 경쟁국인 중국이 쉽사리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조선 분야 인력난 해소를 위해 관련 특정활동(E-7) 비자 요건을 대폭 개선해 외국 인력 도입도 지원하기로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중국을 제치고 최대 수주 점유율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인력난 때문에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외국인 노동자들로 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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