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서 스팸봇 없애겠다던 머스크, 알고 보니 그 수혜자"
WP, 전문가 연구 보도…"팔로워 9천130만 중 수백만은 봇일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세계 최대 부호인 일론 머스크가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한 뒤 스팸 발송용 프로그램 계정인 '스팸 봇'을 금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자신도 봇 프로그램의 수혜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머스크는 최근 "누군가 봇이나 트롤(인터넷에서 일부러 공격적 반응을 유발하는 행위) 부대를 운영한다면 나는 분명 그들의 적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미리 정해진 임무를 빠른 속도로 수행하도록 프로그램된 자동화 계정을 가리키는 봇을 퇴출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일부 연구자들에 따르면 머스크가 설립한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관련해 사고나 실적 부진, 규제당국과의 충돌 등 부정적 뉴스가 나왔을 때 테슬라에 긍정적인 내용을 쏟아낸 계정들도 봇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연구자들은 봇들이 머스크를 비판하는 이용자들을 괴롭히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소식을 전파하는 한편 머스크를 남자다움의 모델로 묘사하는 역할도 했다고 분석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머스크 트위터의 9천130만 팔로워 가운데 수백만명은 봇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데이비드 커시 메릴랜드대 교수는 인공지능(AI)으로 특정 계정이 봇일 가능성을 0∼5점으로 평가하는 프로그램 '보토미터'를 이용, 2010∼2020년 테슬라 해시태그(#TSLA)가 들어간 트윗 15만7천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 트윗 중 23%가 보토미터 점수 4점 이상으로 봇일 가능성이 큰 계정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또 2013년 11월 모델S 차량의 화재로 테슬라 주가가 급락한 뒤 새로 생긴 계정 8개가 이로부터 수년간 테슬라 해시태그가 달린 트윗을 3만건 올렸으며, 이 중 한 계정은 6년 넘게 3시간에 1건꼴로 트윗을 올렸다고 커시 교수는 설명했다.
특히 이들 계정의 테슬라 관련 트윗의 양과 시간 간격을 고려하면 실제 사람이 운영하는 계정일 가능성은 극히 작다고 커시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테슬라의 협력업체가 머스크에 대해 우호적인 트윗 게시물 일부에 관여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합리적이라면서, 테슬라 주식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등의 행위일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또 2016년 미국 대선 기간 러시아의 선전전 트윗을 퍼나른 트위터 계정이 최근 머스크를 찬양하거나 그에 대해 우호적인 트윗을 퍼뜨리기도 했다고 WP는 덧붙였다.
미국 하버드대 쇼렌스틴 센터의 에이프릴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봇을 이용해 실제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모두가 하는 것처럼 보이면 한 명이 더 동참하기는 쉬워진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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