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서 한인 230여명 상대 항공권 사기…피해액 '눈덩이'
"확인된 액수만 8억원 이상…피해 더 늘어날 수도"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말레이시아에서 한인들을 상대로 한 항공권 사기 사건의 피해액이 8억원대로 불어나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9일 말레이시아 한인사회에 따르면 사바주 코타키나발루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말레이시아인 남성과 한국인 아내 A씨가 말레이시아의 한인 커뮤니티에 작년부터 한국 왕복 항공권을 싸게 판다고 광고했다.
A씨는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와서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할 경우 전액 환불해주겠다며 티켓 구매를 유도하고, 말레이시아나 한국의 은행 계좌로 티켓 대금을 송금받았다.
A씨는 한인 커뮤니티 온라인 카페에서 스텝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처음에는 좋은 서비스로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이들 부부의 여행사에서 항공권을 구매한 한국인 10명이 쿠알라룸푸르발 인천행 여객기에 탑승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다른 한국인들도 해당 여행사에 티켓 대금을 보냈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거나 원하는 시기에 좌석을 예약해주지 않았다거나 환불을 안 해준다는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처음부터 사기 칠 생각은 없었지만, 들어온 돈을 돌려막다 보니 상황이 이렇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피해자들은 "그 많은 돈이 다 어디 갔느냐"며 못 믿겠다는 분위기다.
피해자 B씨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작년 12월 새해 프로모션으로 쿠알라룸푸르∼인천 왕복항공권을 5천100 링깃(150만원)에 판다고 해 3명 비용을 A씨에게 송금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4월 15일에 특가 항공권 4천200 링깃(122만원)짜리가 나왔다며 앞에 예약한 항공권을 나중에 환불받고 저렴한 항공권을 끊으라고 해 3명 비용을 또 송금했으나 둘 다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피해 사실을 밝힌 인원만 230명에 8억원 상당이고, 별도 소송을 준비하거나 피해 사실 비공개를 원하는 인원까지 더하면 10억원은 훨씬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A씨가 '사바 프로젝트'에 한인 참여를 유도해 투자금까지 유치했다며 항공권 이외 수억원의 또 다른 사기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의 한인 커뮤니티 온라인 카페는 정확한 피해 인원과 금액을 집계 중이어서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대사관도 피해 규모 등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며 피해자 대표를 만나 말레이시아와 한국 양측에서 형사절차 안내 등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