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민족주의 정당 승리에 아일랜드 통일론 재점화
지방선거서 첫 다수당 된 신페인 "5년 내 국민투표 추진"
자치정부 구성부터 난항…미 국무부 "벨파스트 평화협정 준수해야"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북아일랜드에서 친(親)아일랜드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Sinn Fein)이 최초로 자치의회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아일랜드와의 통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신페인은 5년 내 아일랜드와의 통일을 위한 국민 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위해서는 영국 연방주의자의 반대와 비우호적인 여론을 넘어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매리 루 맥도날드 신페인 대표는 선거 승리 후 "아일랜드와의 통일에 대한 국민투표를 5년 내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로 자치 정부 총리 자격을 갖게 된 미셸 오닐 신페인 부대표 역시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통일에 대해 정직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신페인은 6일 치러진 지방선거 개표 결과 27개 의석을 확보해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가 1921년 갈라진 후 101년 만에 처음으로 의회 다수당이 됐다. 신페인은 분리주의 무력투쟁을 벌이던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정치조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영국과 연방주의를 지향하는 민주연합당(DUP)은 24석에 그쳐 20년간 지켜온 다수당 자리를 내주게 됐다.
국민투표에 대한 규칙은 1998년 북아일랜드 내 무장 충돌을 해소하고 아일랜드가 북아일랜드 영유권을 포기하는 내용으로 영국 정부와 아일랜드 정부, 북아일랜드 내 정파들이 맺은 벨파스트 평화협정(굿 프라이데이 협정)에 담겨있다.
이에 따르면 영국의 북아일랜드 담당 장관은 아일랜드 통일을 원하는 유권자가 다수인 것으로 보일 경우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투표가 실시될지는 미지수다.
신페인은 통일을 바라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연방주의자들은 2017년 후 민족주의자에 대한 지지율이 낮아지고 있는 만큼 국민투표의 필요가 없다고 반박할 것으로 BBC는 예상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아일랜드 통일이 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신페인과 DUP 양당 체제를 비판하는 한편 아일랜드 통일에는 특별한 입장이 없는 동맹당에 대한 지지가 커진 것도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BBC는 동맹당이 이번 선거에서 이전보다 9석 많은 17석을 얻은 데 대해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민족주의자 대 연방주의자 구도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당장 DUP는 자치 정부 참여를 두고 신페인과 힘겨루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제프리 도널드슨 DUP 대표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북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를 규정한 북아일랜드 의정서를 전면 재검토하지 않으면 자치 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방주의자들은 북아일랜드 의정서가 영국과 북아일랜드에 세관을 설치하는 등 영국과의 통합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연방주의자와 민족주의자의 공동 정부 체제를 규정한 북아일랜드 자치 정부는 DUP가 참여를 거부할 경우 구성이 불가능하다.
미국 정부는 북아일랜드 지도자들에게 벨파스트 평화협정의 준수를 촉구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북아일랜드의 정치 지도자들이 벨파스트 평화협정의 핵심 제도인 공동 정부를 재구성하기 위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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