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행정장관 당선 존 리 "국내외 위협으로부터 홍콩 보호"(종합2보)
단독 출마해 유효표 기준 99.4% 지지…야당 "행정장관 직선제 하라" 시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8일 치러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단독 출마해 당선된 존 리(64) 전 정무부총리는 "홍콩을 국내외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홍콩의 안정 보장을 계속해서 최우선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선 확정 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건강한 정부의 핵심 기둥인 법치를 유지하고 우리나라의 주권과 국가안보, 발전을 수호하며 확실한 자신감으로 미래의 도전에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홍콩과 중국의 이익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이냐는 질의에 "행정장관은 중국과 홍콩 모두에 대해 책임이 있고 둘은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이 홍콩에 원하는 것과 홍콩인들이 원하는 것은 유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행정부는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 기치 아래 '결과 지향적인' 정부를 만들어 고질적인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적 위상을 지키면서 중국 본토와의 경제적 통합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는 계속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팬데믹의 확산 위험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나는 홍콩이 세계로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매우 분명히 인식하고 있고, 홍콩이 중국 본토와의 정상적인 왕래를 재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선거에서 리 후보가 1천416표를 얻어 당선이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1천500명 정원(현 1천461명)인 선거위원회의 간접 선거로 치러지며, 재적 과반(751표 이상)을 득표해야 당선된다.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선거에는 1천428명이 참여해 투표율 97.74%를 기록했다. 선거위원 4명은 코로나19 격리 시설에서 투표했다. 반대 8표, 무효 4표가 나왔다.
유효표 1천424표를 기준으로 하면 리 후보의 득표율은 99.4%에 이른다. 선거위 정원 대비 득표율은 94%다.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홍콩 야당 사회민주연선 당원 3명이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컨벤션센터로 행진을 시도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행정장관 선거에 시민 1인 1표를 즉각 시행하라"고 요구했고, 한 명은 경찰이 도착해 제지하기 전까지 관련 유인물을 배포했다.
홍콩에서는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우산혁명이 거세게 일어난 바 있다. 그러나 선거위 위원이 800명에서 1천500명으로 늘어났을 뿐 여전히 소수가 참여하는 간접 선거로 행정장관이 선출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기조로 홍콩 선거제를 개편한 후 처음으로 실시된 행정장관 선거다.
애초 3월 27일로 예정돼 있다가 코로나19 확산에 이날로 연기된 선거에는 중국 정부가 낙점한 리 후보가 단독 출마했다.
이에 따라 이날 선거는 리 후보에 대해 지지 찬반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홍콩 주권이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한 후 행정장관 선거에 후보가 단독 출마한 경우는 세 번째다.
앞서 2002년 퉁치화 행정장관이 연임에 도전했을 때와 그의 중도 사퇴로 2005년 도널드 창 정무부총리가 보궐 선거에 출마했을 때도 단독 입후보 선거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선거 없이 무투표로 자동 당선된 반면, 리 후보는 2006년 무투표 당선제 폐지로 선거위의 찬반 투표를 통과해야 했다.
이전까지 선거에서 최고 득표율은 2007년 창 행정장관이 연임에 도전했을 때로, 당시 800명 정원 선거위원회에서 649표를 얻어 81%(선거위 정원 대비)의 지지를 확보했다.
2012년에는 렁춘잉 후보가 당시 1천200명 정원인 선거위에서 689표(57%), 2017년에는 캐리 람 후보가 역시 1천200명 정원인 선거위에서 777표(65%)를 획득했다.
1977년 경찰에 입문한 리 당선자는 2017년 보안장관에 임명돼 2019년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했고,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그를 정무부총리로 임명했다.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경찰 및 보안 분야 출신이 홍콩 정부 2인자인 정무부총리에 오른 것은 그가 처음이다.
리 당선자는 오는 7월 1일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 기념일이자 중국공산당 창당 101주년 기념일에 제6대 홍콩 행정장관에 취임한다.
행정관료들이 대대로 맡아오던 행정장관을 경찰 출신이 맡는 것은 처음이다.
AP 통신은 "경력 대부분을 경찰과 보안국에서 쌓고 국가보안법의 강력한 지지자인 리 후보가 행정장관이 되면 중국 정부의 홍콩 장악이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전했다.
이어 "리 후보는 2019년 반정부 시위대를 최루탄과 고무탄으로 강경 진압하며 부상했다"며 "국가보안법 시행 후 민주 진영 활동가 대부분이 투옥됐고 다른 이들은 해외로 도피하거나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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