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뛰자 기업 '돈맥경화' 우려…1년내 만기 기업어음 200조원
연내 만기 도래 회사채 92조원 넘어…만기 6개월 미만 기업어음 50조원 육박
"비우량 기업, 단기 자금시장으로 몰리면 신용위험 높아질수도"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전 세계 주요국의 금리 인상에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신용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 등으로 기업들이 자금을 융통하기가 어려워지는 '돈맥경화'가 발생하면 신용도가 낮은 한계기업의 부도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와 코스콤 등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포함해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 회사채(금융채 제외)는 지난 4일 기준 92조4천84억원으로 집계됐다.
만기 도래 회사채 규모는 내년 92조8천41억원과 2024년 83조8천309억원 등으로 앞으로 2년 반 동안 269조원을 웃돈다.
또 1년 안에 만기 도래하는 단기 자금인 기업어음(CP)(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포함) 규모는 전체 잔존액(233조3천818억원)의 85% 수준인 200조967억원에 이른다. 이 중 6개월(180일)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49조5천억원 수준이다.
기업들이 연말까지 갚아야 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 규모만 142조원 수준이다.
그러나 시장 금리가 오르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공모 무보증사채의 수요예측 규모는 12조3천억원(145건) 규모로 작년 동기보다 6% 감소했다.
올해 1분기 회사채 순 발행은 2조6천300억원으로, 작년 1분기 8조2천700억원보다 대폭 줄었다.
SK머티리얼즈·한화·한화솔루션 등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줄줄이 연기하거나 철회하면서 한 달간 회사채 발행액은 8조7천여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에 그쳤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0년 만에 최고치로 뛰어 연 3%를 넘었다.
3년 만기에 '신용등급 AA―' 무보증 회사채 금리는 지난 4일 연 3.887%로 2년도 안 돼 2.4배나 뛰었고 신용등급이 'BBB―'로 더 낮은 무보증 회사채 금리는 연 9.723%로 올라 10% 돌파를 앞두고 있다. 반면 91일짜리 기업어음(CP) 금리는 연 1.88%로 상대적으로 낮다.
[표] 기업어음 발행 잔액 현황
(단위: 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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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10일이하│30일미만│90일미만│180일미만 │1년미만 │1년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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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33,818│ 3,370│ 21,038│ 93,753│ 376,810│ 1,505,996│ 33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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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연도별 회사채 만기 도래액 현황(ABS 포함/ 금융채 제외)
(단위: 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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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2023│ 2024│2025│2026│2027│2028│
├─────┼─────┼─────┼────┼────┼────┼────┤
│ 924,084│ 928,041│ 838,309│ 488,290│ 371,346│ 133,087│ 113,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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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어음(CP)은 자금 융통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기업들이 주로 활용하는 자금조달 수단이다. 하지만, 만기가 짧아 단기 상환 부담이 있고 이 때문에 자칫 자금흐름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미 통화당국이 내년 초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에서 공모시장에서 회사채 발행을 하거나 은행 차입에 나서기 어려워진 비우량 기업들이 단기 자금시장으로 몰리면 신용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미 통화당국이 현 속도로 금리를 올리면 기업과 가계 모두 이자 부담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버티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임금 정체 속에 자산가치는 떨어지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먹는 수준의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기준금리가 내년 2분기 최종적으로 연 3.00∼3.25%에 이를 것으로 봤다. JP모건은 우리나라 최종 기준금리가 내년 1분기 연 2.7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현대중공업그룹과 한화그룹 등 주요 그룹들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경영상황을 점검하고 비상계획을 수립하는 등 위기 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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