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검찰총장 "러시아, 개전 후 70일간 전쟁범죄 1만건 자행"

입력 2022-05-06 15:22
우크라 검찰총장 "러시아, 개전 후 70일간 전쟁범죄 1만건 자행"

美 헬싱키위원회에 보고…"봉쇄 풀리면 더 많은 범죄 나올 것"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약 1만건에 이르는 전쟁범죄를 자행했다고 우크라이나 사법 당국이 밝혔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후 최소 9천800건이 넘는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미국 헬싱키위원회에 보고했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헬싱키위원회는 유럽 및 유라시아, 북미 지역의 57개국에서 인권과 군사안보, 경제협력 등 분야의 의무사항을 모니터링하는 미국의 정부 기관이다.

베네딕토바 총장은 이번 보고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군이 개전 후 70일간 고의로 민간 시설을 폭격하고 우크라이나인들을 살해·고문했다고 주장했다. 마치 무기를 사용하듯 민간인 성폭행을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봉쇄가 풀린다면 조사해야 할 '끔찍한 사건'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베네딕토바 총장은 말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이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폭격으로 도시를 90% 가까이 초토화한 뒤에 점령한 도시다.

한때 인구가 40만명이 넘었던 마리우폴은 현재 러시아군이 장악한 가운데 교전 중이어서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는지를 파악할 수 없는 상태다.

미국의 위성영상 서비스 업체인 막사 테크놀로지와 플래닛 랩 등이 공개한 위성 사진을 보면 마리우폴에 최소 3개 이상의 집단 매장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베네딕토바 총장은 우크라이나인들을 고국에서 강제추방한 점도 러시아의 전쟁범죄로 규정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100만명 이상을 러시아로 대피시켰다고 밝힌 바 있는데, 우크라이나 측은 이 가운데 수천명은 강제로 고국에서 추방당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베네딕토바 총장은 "어린이 등을 러시아로 강제이주한 것은 정체성을 말살하고 러시아인처럼 교육하겠다는 것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파괴할 계획을 세웠음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의 민간인이 최소 3천280명 사망하고 3천451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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