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푸틴의 연인' 카바예바·러 정교회 수장 제재 추진(종합)

입력 2022-05-06 15:08
EU, '푸틴의 연인' 카바예바·러 정교회 수장 제재 추진(종합)

"카바예바, 러 선전기관 수장으로 침공 지원"

"키릴 총대주교, '종교적 정화' 들어 침공 미화"



(서울=연합뉴스) 안희 조성흠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인으로 알려진 전직 리듬체조 국가대표 알리나 카바예바(39)에 대해 유럽연합(EU)이 제재를 추진 중이라고 블룸버그와 AFP 통신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제재 명단에는 푸틴의 오랜 측근인 키릴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현재 러시아 최대 언론사인 내셔널 미디어그룹의 회장을 맡는 카바예바를 제재하는 방안을 6차 대러제재안에 포함했다.

제재안이 통과되려면 EU 27개 회원국 정부의 만장일치 합의가 필요한 까닭에 카바예바 개인 제재가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U 회원국의 대사들은 이날 제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제재 패키지에는 일단 러시아 석유 수입을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조치 등이 포함돼 있다.

국제사회에서 카바예바에 대한 제재 방안이 거론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정부도 지난달 카바예바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다 푸틴에 대한 사적인 공격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로 막판에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EU가 카바예바 제재를 검토하는 건 그가 러시아 중추적 선전기관인 내셔널 미디어그룹의 대표 역할을 하며 러시아의 침공을 지원하고,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자율성이나 지역 통합 등을 헐뜯는 데 앞장섰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셔널 미디어 그룹은 러시아 최대 언론사로 '푸틴의 자금책'으로 알려진 유리 코발추크가 2008년에 창립했다. 러시아 주요 매체의 지분을 소유한 지주회사이기도 하다.

러시아 측은 푸틴 대통령과 31살 연하인 카바예바가 연인이라거나 자녀를 두고 있다는 소문을 공식적으로 부인해왔다. 둘의 염문설이 처음 나온 건 푸틴 대통령이 전처와 이혼하기 전인 2008년부터다.

카바예바는 1983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운동선수 출신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5세 때 처음 리듬체조를 시작했고 13세에 러시아 대표로 뽑혔다.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세계선수권 우승 14회, 유럽 챔피언십 우승 25차례의 화려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카바예바는 은퇴 후 2014년까지 러시아 하원 의원을 지내다가 그해 내셔널 미디어 그룹 회장으로 임명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카바예바는 푸틴 측 인사들과의 관계에 힘입어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으며 미국 정보 당국은 그를 푸틴이 쌓아놓은 부의 수혜자로 지목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축복해온 키릴 총대주교가 제재 명단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본명인 블라디미르 군디아예프로 명단에 포함된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지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됐다.

그는 이번 침공 며칠 후 러시아의 '특별 평화유지 작전'을 지원하는 설교를 통해 동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어 사용자가 '해방'돼야 한다며 이번 전쟁이 '종교적 정화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키릴 총대주교는 2012년 부정선거 논란 속에 푸틴이 승리하자 그의 대통령직 복귀를 '하느님의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부적절한 재산 축적 의혹도 있었다.

그해 키릴 총대주교의 손목에는 포토샵으로 지웠지만 탁자에 그대로 비친 3만 달러짜리 브레게 시계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러시아 정교회가 사과했다.

최근에는 교황이 키릴 총대주교에게 "푸틴의 '복사'(사제의 미사 집전을 돕는 소년)가 되지 말라"고 촉구하는 등 이번 침공에 대한 지지 문제로 교황과 갈등도 겪고 있다.

prayerahn@yna.co.kr,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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