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스리랑카 재무장관 "사용 가능 외환 5천만불도 안돼"

입력 2022-05-05 11:19
수정 2022-05-05 12:58
'디폴트' 스리랑카 재무장관 "사용 가능 외환 5천만불도 안돼"

"IMF 협상 6개월은 걸려…경제위기 2년 이상 지속할 듯"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최악의 경제난에 빠진 스리랑카의 가용외환보유액이 5천만달러(약 63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고 이코노미넥스트 등 스리랑카 언론과 외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알리 사브리 스리랑카 재무부 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사용 가능한 외환보유액이 5천만달러가 되지 않는다"며 수입 의존도가 큰 스리랑카 경제를 지탱하려면 필수품 조달을 위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브리 장관은 "2019년말 76억달러(약 9조6천억원)에 달했던 외환보유고는 지난 3월말 19억달러(약 2조4천억원)로 줄었다"며 남은 외환의 대부분도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자금 등으로 달러화 관련 결제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차입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사브리 장관은 최근 미국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지원 협상을 벌였다.

스리랑카는 지난달 초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때까지 510억달러(약 64조원)에 달하는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한 상태다. 스리랑카가 당장 올해 갚아야할 대외 채무만 70억달러(약 8조9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브리 장관은 "IMF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기존 채권자들과의 채무 재조정 협상 등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며 IMF와 협상을 마무리 짓는 데는 6개월가량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리랑카는 역사상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한 상태"라며 이런 위기는 2년 안에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했다.

생필품난으로 민생이 파탄지경에 이르자 수도 콜롬보 등 곳곳에서는 정권퇴진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연합(SJB)은 지난 3일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및 현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까지 제출한 상태다.

이에 정부는 인도, 중국, 세계은행(WB) 등으로부터 긴급 자금을 빌려와 의약품, 식품, 연료 등 시급한 생필품을 구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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