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아시아로 에너지 수출 돌리기 쉽진 않을 듯"
보험료 등 비용 늘어 가격인하 압력 강해…인프라 건설도 과제
"글로벌 에너지 수요 높아 결국 방법 찾아낼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러시아가 제재로 천연가스 등의 유럽 수출이 여의치 않게 되자 아시아로 시장을 다변화하려 하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 수출시장을 유럽 중심에서 아시아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제시하면서 이를 위해 조만간 핵심 인프라 시설 건설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서방의 제재로 유럽에 대한 수출이 사실상 막히게 되면서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시장인 중국과 3번째로 규모가 큰 인도 시장을 공략해 숨통을 틔워보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됐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노골적으로 중국의 편을 들고 있고, 인도 역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어 마다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해 러시아가 넘어야 할 과제가 한두 개가 아니라고 NYT는 분석했다.
먼저 고객 입장에서는 서방 제재로 보험업체들이 러시아 화물이 실린 유조선을 거부하거나 은행이 금융지원을 꺼리면서 추가로 떠안아야 할 비용과 위험부담이 늘었다.
이 이유를 들어 인도 등 일부 국가의 석유 기업들은 러시아에 에너지 가격을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육로를 통해 중국으로 가는 석탄 수출은 물류 장애물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수출 비중이 크지 않을 뿐더러 업계에서도 교역을 꺼리는 분위기다.
러시아 연방관세청(FCS)에 따르면 러시아의 석탄 수출은 석유의 10분의 1, 천연가스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중국 에너지 전문가인 저우시저우(周希舟)는 "중국에서 요즘은 민간 석탄 교역업체마저도 서방 제재를 우려해 러시아 석탄을 거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가 아시아로 천연가스 수출을 늘리려면 항구나 파이프 등 인프라를 추가 건설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러시아 동시베리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하는 '파워 오브 시베리아' 가스관을 통한 공급량은 늘었지만, 이 가스관이 유럽에 공급하던 다른 러시아 가스전과 연결되지 않아 중국 등지로 가스 공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에너지 업계에서는 전 세계 에너지 수요량이 여전히 높다는 점과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관계에 비춰봤을 때 러시아의 석유나 석탄은 어떻게든 대체 시장을 찾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9월 석탄 부족으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일어난 바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공급망 마비 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다.
영국 옥스퍼드에너지연구소(OIES)의 중국 에너지 담당 미찰 메이단은 "중국은 (서방 제재를 받은) 이란이나 베네수엘라 석유에 대해 (수입할) 방법을 찾았다"며 "러시아 석유도 마찬가지로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러시아 에너지 수출을 완전히 막는 대신 이를 어렵게 만들어 러시아가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도록 제재 초점을 옮기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NYT에 "중요한 것은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 (에너지) 수출을 줄이거나 무효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가 석유·가스 수출로 얻는 수입을 줄이는 것"이라며 "이 둘은 같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화자산이 동결되고 투자금이 빠져나간 러시아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까지 몰리고 있기에 에너지 가격을 대폭 인하해서라도 수출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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