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인도네시아서 만든 한국 애니메이션 '눈길'

입력 2022-05-07 07:07
[특파원 시선] 인도네시아서 만든 한국 애니메이션 '눈길'

'풍부한 노동력' 활용 한인기업, 봉제·신발공장서 다변화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지난달 30일 한국 공중파 방송에서 방송을 시작한 '상상꾸러기 꾸다'는 제주도를 모티브로 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꾸다를 제작한 회사 대표는 한국 제주도에 살지만, 직원들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사는 현지인 150여명이다.

오는 6월 한국에서 방영될 애니메이션 시리즈 '다이노파워즈' 또한 한국인 감독이 자카르타에 법인을 설립, 현지인 직원 80명을 지휘해 만들었다.



이처럼 한국인 감독이 인도네시아 인력을 활용해 만든 애니메이션이 잇달아 방영되면서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물론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지난 6일 SHOH 엔터프라이즈 대표 오승현(49) 감독과 도파라 인도네시아 법인 대표 김진철(49) 감독은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각각 '상상꾸러기 꾸다'와 '다이노파워즈' 작품을 소개했다.

오 감독은 2006년∼2014년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등 미국의 유수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활동하다 인도네시아 미디어그룹 MNC에 스카우트된 뒤 2018년 자카르타에 애니메이션 회사를 직접 차렸다.

그는 2년 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가족을 자카르타에서 제주도로 이주시킨 뒤 제주도와 서울, 자카르타를 오가며 산다.

'헬로 카봇' 감독을 역임하는 등 애니메이션 경력 22년 차의 김진철 감독 또한 다이노파워즈 제작을 앞두고 2020년 초 자카르타에 스튜디오를 차렸다.



과거에는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노동력 때문에 한인 기업들이 신발, 봉제공장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진출했으나 이제는 애니메이션 등 4차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두 감독은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노동력'과 '젊은 열정'이 애니메이션 제작에 가장 적합하고 꼽는다.

오승현 감독은 "인도네시아인 직원을 뽑아서 가르쳐 보니, 손재주와 창의성이 좋으며 통역 없이 영어로 작업이 가능하다"며 "무엇보다 배우겠다는 열정이 넘친다. 10번을 다시 작업하라고 해도 그걸 다 해낸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인 직원들의 성장에 보람을 느낀다며 디즈니, 드림웍스와 인도네시아 최초 직계약 등 수많은 만화작품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으로 실력을 쌓은 뒤 '꾸다'라는 작품을 자체 생산하게 됐다고 자랑했다.

꾸다는 한국·중국·인도네시아 3개국에서 최초로 공동 투자를 받은 애니메이션으로, 3개국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되고 관련 완구도 판매한다.



김진철 감독 역시 "인도네시아인 직원들은 마치 스펀지처럼 가르치는 대로 흡수한다"며 "20여년 전 내가 밤을 새워가며 애니메이션을 배우던 그 시절 열정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이번에 제작한 '다이노파워즈'는 중국의 완구회사와 손잡고 만든 애니메이션으로, 중국에서는 지난달부터 33개 지역방송에서 방영을 시작했고 한국에서는 6월 방영을 앞두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RTV와도 방영 날짜를 잡고 있으며, 한국·중국·인도네시아에서 다이노파워즈 완구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들 두 감독은 자카르타의 스튜디오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작품이 3개국에서 방영됨에 따라 가슴 벅차오름을 느낀다며, 직원 수를 계속 더 늘리고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까지 목표로 삼았다.

이들은 인도네시아가 인건비가 낮고 생산력은 높아서 애니메이션 '제작 기지'로도 좋지만, 14세 이하 어린이 인구가 7천400만명에 달해 '컨슈머 시장'으로서의 매력이 크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