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해킹 걱정했지만…오히려 러가 더 타격
"러시아에 접근이 불가하다는 생각은 일정 부분 폐기돼"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세계 최고 수준의 해킹 기술을 보유한 러시아가 정작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해커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3개월째로 접어들면서 해커들이 러시아의 개인 금융정보를 훔치고 웹사이트를 훼손하고, 수십 년 치 정부 이메일을 빼내 해외로 넘기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지난 3월 한 달간 오픈 웹에 유출된 패스워드나 다른 민감한 데이터는 다른 나라보다 러시아가 가장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사이버보안회사 레코디드퓨처 한 관계자는 러시아국영 방송사(VGTRK)의 20년치 이메일이 노출됐다고도 했다.
공개된 문서에는 러시아 통신·정보기술·미디어 감독청(로스콤나드조르)이 연방정보국(FSB)에 보고서를 제출해 정부 정책 비판자를 체포하도록 하는 문서도 포함됐다.
신문은 이런 해킹은 전쟁 직전 만들어진 네트워크 65대대(NB 65)라는 소규모 해킹그룹에 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조직은 한 피해 네트워크에 "연방 정부 : 뻔뻔한 전쟁이 당신들에게 특별한 상을 수여했다"며 "이 은행은 해킹을 당했고 조만간 인터넷에 민감한 데이터가 넘쳐 나올 것"이라고 썼다.
WP는 이 그룹과의 암호화된 채팅을 통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어떤 지시나 지원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조직은 "우리는 어떤 대가도 요구하지 않는다"며 "그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이로 인해 수십 년간 해커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러시아의 사이버 우월성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커 조직 디도시크리츠 공동 창립자인 엠마 베스트는 "러시아에 접근이 불가하다는 생각은 일정 부분 폐기됐다"며 "핵티비즘은 이제 부당한 정권 등을 타격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형태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러시아를 상대로 한 일반 해킹도 늘어나고 있다.
리투아니아 사이버 보안회사 서퍼샤크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오픈웹에 공개된 이메일 주소, 비밀번호 등 민감 정보는 러시아 계정에 관한 것이 가장 많았다.
지난 3월 유출된 러시아 데이터는 지난 1월보다 5배 늘어난 것으로, 전 세계 데이터의 50%를 넘었다.
이 회사 한 관계자는 "항상 미국이 가장 위에 있었고 가끔 인도가 있었다"며 "이 결과는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와 법무부 사이버 범죄 전문가 출신 크리스토퍼 페인터는 "평소라면 해커 활동이 많아지는 것에 반대하지만, 지금은 정상적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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