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의장 키이우 깜짝방문…'최후항전' 제철소선 민간인 대피

입력 2022-05-02 12:33
수정 2022-05-02 14:30
美하원의장 키이우 깜짝방문…'최후항전' 제철소선 민간인 대피

펠로시, 우크라·폴란드 찾아 "승리할 때까지 함께하겠다"

'최후 항전' 제철소서 100여명 대피…직후 러 폭격 재개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미 의원단을 이끌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한 펠로시 의장은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때까지 계속해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펠로시 의장 방문 후 우크라이나군이 최후의 항전을 벌이고 있는 남부의 제철소 아조우스탈에서는 민간인 100여명이 대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일(현지시간) AP,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지난달 30일 그레고리믹스 하원 외교위원장,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 등 하원의원 6명과 함께 키이우를 방문했다. 사전 발표 없이 이뤄진 방문으로, 펠로시 의장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찾은 미국 최고위 인사다.

펠로시 의장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그의 지도력과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뛰어난 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높이 평가했으며, 승리할 때까지 우리가 여러분과 함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폴란드를 찾은 펠로시 의장은 1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의회 대표단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확고히 지지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하기 위해 폴란드에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표단이 폴란드에 주둔하는 미 육군 제82 공수부대 병력을 만났으며, 2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에 봉쇄된 채 공격을 받아온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에서는 이날 민간인 100여명이 대피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화상 연설에서 "처음으로, 이 지역에서 이틀간 휴전이 이뤄졌다"며 "여성, 어린이 등 민간인 100여명이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도 마리우폴에서 민간인 대피가 계속될 수 있도록 여건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조우스탈은 마리우폴을 방어중인 우크라이나군 36해병여단과 아조우 연대의 마지막 거점으로, 병력 외에도 민간인 약 1천명이 이곳에 대피해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도 이날 성명을 내고 유엔과 함께 아조우스탈에서 민간인을 대피시키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확인했다.

로이터통신은 마리우폴을 탈출한 시민 50여명이 이날 러시아가 통제하는 지역의 임시 숙소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유엔이 수송하는 버스와 러시아군용차를 타고 마리우폴에서 30㎞가량 떨어진 베지멘느 마을에 도착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러나 대피 직후 러시아군의 폭격이 재개됐다고 미 CNN이 현지 방송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조우연대의 데니스 슐레가 사령관은 "일부 우크라이나인의 대피가 끝나자마자 점령군이 아조우스탈을 향해 발포를 시작했다"며 "그들은 모든 종류의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일에도 민간인 대피가 예정돼있다. 러시아군의 폭격 재개가 계획에 지장을 줄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민간인 수백명이 여전히 아조우스탈에 갇혀있다며 물, 음식, 의약품이 동나면서 인도주의적 재앙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러시아는 아조우스탈에 서방의 병력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1일 이탈리아 TV와 한 인터뷰에서 "아조우스탈에 남아있는 우크라이나 급진주의자들의 철수를 위해 키이우 당국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그들 중에는 서방의 용병들과 현역 장교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의 근거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우크라이나 동부와 북부 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북동부 하르키우에서는 이날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올레그 시네후보우 주지사는 "하르키주 이지움에서 교전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CNN에 말했다. 인구 4만6천명의 소도시인 이지움은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와 동부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요충지로, 러시아군은 지난달 초 이지움을 포위했다.

시네후보우 주지사는 러시아군이 우다, 프루카 등 민간인 지역에도 발포했고, 스타리 살티우 마을에도 큰 손실을 입혔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이지움에서 남부와 서부로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국경에서 러시아군의 보급선 차단을 시도하면서 하르키우 동쪽에서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 인접한 러시아 서부도시 벨고로드에서는 2일 아침 또다시 연쇄 폭발음이 들렸다고 바셰슬라프 글라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가 주장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이날 아침 텔레그램에서 "한시간 반 전쯤 두 차례 강력한 폭발음을 들었다"며 "사상자나 피해 보고는 없다"며 "하늘이 번쩍이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고 말했다.

타스는 또 전날 벨고로드 지역에 위치한 러시아 국방부 소유 시설에 불이 났다고 보도했다. 이 화재로 지역 주민 1명이 다치고 가옥 7채가 탔다고 전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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