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대기업, 코로나19 이전 실적 회복했지만 차입금은 늘어"

입력 2022-05-02 06:00
전경련 "대기업, 코로나19 이전 실적 회복했지만 차입금은 늘어"

코로나19 전후 경영성과 분석…"대외 불확실성 대비해 현금 보유"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국내 대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다만 대기업들은 이 같은 실적 개선에도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차입을 늘려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코로나19 이전(2018∼2019년)과 이후(2020∼2021년)로 시기를 나눠 국내 매출 100대 기업의 실적을 비교한 결과 이후 2년간 매출액과 영입이익 누계가 1천666조5천억원, 130조원을 기록해 직전 2년 대비 각각 5.8%, 5.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렸던 반도체 기업(삼성전자·SK하이닉스)을 제외해도 매출은 1천228조4천억원으로, 이전 대비 3.7% 증가했다. 영업이익(60조8천억원)도 43.4%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투자는 이전 대비 8.6% 증가한 149조2천억원이었다.

다만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63조9천억원을 제외하면 투자는 오히려 11.4% 감소했다.

대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거뒀으나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투자를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전경련은 분석했다.

실제로 투자는 업종별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전기·전자(18.0%), 정보·통신(14.4%), 의약품(8.3%) 등 비대면 트렌드 수혜를 누린 업종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투자가 증가했지만 유통(-85.1%), 운수·창고(-23.7%), 음식료(-20.1%) 등 대면 업종의 투자는 크게 축소됐다.



특히 대기업들은 코로나19로 확대된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호실적에도 빚을 늘려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100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은 총 244조6천억원이었다. 투자(189조1천억원)와 배당·이자(59조5천억원)로 지출한 현금 248조6천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100대 기업의 총차입금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23조7천억원(9.7%) 증가했다.

전경련은 이와 관련,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벌어들인 수익을 투자와 배당에 지출한 뒤 남은 현금이 충분치 못하자 차입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100대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총 104조1천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16.6%(14조8천억원) 늘었다.

100대 기업의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도 지속해서 증가해 지난해 말 164조8천억원까지 늘어나면서 최근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올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통화긴축 등으로 기업들이 당면한 대외적 불확실성이 지난해보다 더욱 확대됐다"며 "선제적 세제지원과 규제개혁으로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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