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심화에 은행 엔화예금 급증…"투자 문의 늘어"

입력 2022-05-01 06:10
엔저 심화에 은행 엔화예금 급증…"투자 문의 늘어"

5대 은행 잔액 5조9천억원…올해 들어 1조원 증가

전문가 "약세 속도 줄어들 것…투자 때엔 분할매수 바람직"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이지헌 김유아 기자 = 엔화값이 떨어지면서 국내 시중은행 엔화 예금이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엔화 관련 투자 문의도 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엔저가 이미 진행돼 온 만큼 현 시점에선 분할매수 방식으로 투자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28일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은 6천44억엔(약 5조9천억원)으로, 올해 들어 22%(1천78억엔·약 1조원) 증가했다.

특히 지난 3월 한 달간 잔액이 579억엔(약 5천600억원) 늘며 올해 잔액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3월 들어 엔화값이 가파르게 떨어지자 유학생 가족이나 무역업체 등 평소 엔화 거래를 해야 하는 수요자들이 미리 환전을 해둔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더불어 향후 엔화 가치 반등을 예상한 투자 목적의 자금도 상당 부분 있는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외환시장 마감(오후 3시 30분) 무렵 엔화에 견준 원화 환율은 100엔당 964원 수준으로, 2월 말(1,041원) 대비 7.4% 하락(원화 가치 상승)했다.

신한은행 외환 담당 관계자는 "최근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엔화를 필요로 하는 고객들이 자금을 환전해 넣어두면서 엔화 예금 잔액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엔화 상승을 예상하고 엔화에 투자하는 자금도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은행권에선 최근 들어 고객들의 엔화 투자 관련 문의가 늘었다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외환담당부서 관계자는 "영업점으로부터 엔화 투자 전망에 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투자 목적으로 엔화를 매수하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이미 엔저가 진행돼 온 만큼 현시점에서 엔화 투자 시엔 분할 매수 등의 방법으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나은행 투자전략유닛 박현식 팀장은 "미국이나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중앙은행은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보니 엔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좀 더 이어질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산 가격은 시장의 기대를 일시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일본의 이러한 정책 분위기가 엔화에 대부분 반영됐을 것"이라며 "일본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갑자기 엔화가 강세로 전환하지는 않겠지만 이제부터 약세 속도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 팀장은 엔화 매수 시 한 번에 환전하기보다는 분할 매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애널리스트는 "일본 중앙은행은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긍정적이라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엔화의 약세 기조가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원화 대비 엔화 환율이 최근 몇 년 새 저점 레벨에 근접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엔화 투자가 가능한 시점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본인의 자금 여력을 고려한 분할 매수가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조언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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