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돈바스' 우려 몰도바 친러 지역, 병력모집 개시
우크라 "사실상 강제 총동원령" 경계…몰도바 부총리 "위험한 순간 직면"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몰도바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가 55세 이하 성인 남성 전원을 대상으로 병력 모집을 개시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온라인 신문 우크라인스카야 프라우다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정보당국은 트란스니스트리아 국방부가 이달 21일 지방행정기관들에 보냈다는 공문을 입수해 이날 공개했다.
해당 공문은 "프리드녜스트로비예(트란스니스트리아의 러시아명) 몰다비야 공화국 평화유지 분견대 인원을 100% 충원하고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정기 특별 훈련 캠프를 연다"면서 이달 26일부터 자원병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주민들에게 알릴 것을 각 지방행정기관에 요청했다.
공문에는 군역에 적합한 55세 이하 성인 남성은 누구나 군사훈련을 받을 수 있고, 식사와 피복은 물론 매달 2천800 트란스니스트리아 루블(약 22만원) 상당의 급여를 받게 될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신청기한은 내달 30일까지이고, 신청자는 6월 1일부터 90일간 훈련을 받게 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군정보당국은 형식상 훈련 캠프에 참여할 자원자를 모집하는 것처럼 문서가 꾸며졌으나 실제로는 강제적으로 총동원이 이뤄질 것이란 정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하며 경계의 눈초리를 보냈다.
1991년 소련 붕괴로 몰도바가 독립할 당시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별도의 국가로 독립을 선언했고 양측은 내전에 돌입했다. 전쟁은 러시아의 개입으로 곧 멈췄지만, 러시아는 트란스니스트리아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군을 파견했고, 현재도 1천600명가량이 주둔해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선 최근 배후가 불분명한 공격 사건이 이어지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25일에는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수도 격인 티라스폴의 국가보안부 건물이 로켓포 공격을 받았고, 26일에는 그리고리오폴스키 지역의 라디오 방송탑 두 개가 잇따라 폭파됐다.
이어 27일에는 트란스니스트리아에 있는 러시아군 무기고 주변에서 총격이 있었고, 우크라이나군 소속으로 보이는 무인기(드론)가 목격됐다는 현지 경찰의 주장이 나왔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우크라이나가 몰도바를 분쟁으로 끌어들일 목적으로 공격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정보당국이 군사행동 확대의 구실을 만들려고 일종의 자작극을 펼치고 있다면서, 트란스니스트리아 병력이 러시아군에 가세해 우크라이나 서부를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당사국인 몰도바는 이런 움직임을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길이 자칫 자국에 옮겨붙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몰도바는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국토의 일부를 장악하고 있고, 최근에는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는 등 국내 사정이 우크라이나와 판박이다.
니쿠 포페스쿠 몰도바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매우 위험한 순간에 처해 있다"면서 "불안정한 상황을 조성함으로써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을 약화하고 몰도바를 위험에 빠뜨리는 데 관심을 가진 서로 다른 세력들이 갈등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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