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일리노이 생체정보보호법 위력…구글도 1천200억원 배상 합의
페이스북, 틱톡에 이어 구글포토 사용자도 집단소송 제기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생체인식 기술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 일리노이주의 초강력 생체정보 보호법(BIPA)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표적인 소셜미디어 '페이스북'과 '틱톡'에 이어 이번엔 IT 공룡 '구글'이 일리노이주의 개인 생체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집단소송을 당해 거액의 합의금을 물게 됐다.
28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구글은 일리노이주의 구글포토(Google Photos) 앱 사용자들이 개인 생체정보 침해를 주장하며 제기한 집단소송을 매듭짓는 조건으로 1억 달러(약 1천270억 원) 배상금 지급에 합의하고 최근 법원에서 예비승인을 받았다.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은 2015년 도입된 구글포토 앱의 얼굴 인식 및 유사도별 분류 기능(face grouping tool)이 일리노이주 개인 생체정보 보호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2008년 발효된 이 법은 기업이 안면지도·지문·홍채 등 개인 생체정보를 사용·수집할 경우 사전에 당사자에게 사용 목적 및 보관 기간 등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일리노이주의 구글포토 사용자 5명이 2016년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담당 판사가 연방법원서 다룰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후 2019년 일리노이주 법원에서 소송이 다시 시작됐다.
오는 9월로 예정된 법원 심리에서 합의가 최종 승인되면 2015년 5월 1일부터 법원이 양측 합의를 예비승인한 날까지 7년간 구글포토 앱상의 사진에 등장한 일리노이 주민은 합의금 배분을 청구할 수 있다.
배분 금액은 청구서 제출 인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관련 변호사들은 1인당 200~400달러(약 25만~50만 원)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합의 내용에 따라 소송을 처음 제기한 5명의 원고는 각 5천 달러(약 630만 원)씩을 우선 책정받고 소송 대리를 맡은 변호인단은 수임료와 법정비용 등 최대 4천만 달러(약 500억 원)를 청구할 수 있다고 시카고 트리뷴은 전했다.
구글은 "잘못된 일을 하지 않았으나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합의에 응했다"고 주장했다.
호세 카스타녜다 구글 대변인은 "일리노이주의 특정 법률과 관련한 문제가 해결돼 기쁘다"면서 "사용자들이 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합의에 따라 일리노이주 구글포토 사용자들에게는 수주 내에 개인 데이터 수집 허용 여부를 묻는 옵트인(opt-in) 메시지가 뜰 것"이라며 점진적으로 미 전역에 확대 적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는 얼굴 그룹화 기능을 끄도록 선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얼굴 그룹은 해당 사용자 계정에서 삭제된다"고 부연했다.
일리노이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개인 생체정보 보호법을 가진 주 가운데 하나다.
현재 미국에서 개인 생체정보 이용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주는 단 3곳. 그러나 일리노이를 제외한 텍사스와 워싱턴 주는 개인이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주 검찰총장이 기소권을 갖는다.
페이스북은 안면인식 템플릿을 이용해 개인 생체정보를 무단 수집·저장한 혐의로 2015년 일리노이 사용자들에게 집단소송을 당해 6년간 법정공방을 벌였으며 지난해 6억5천만달러(약 8천200억 원) 배상에 합의했다. 소송 참가자 160만 명은 내달 중으로 1인당 397달러(약 50만 원)를 받을 예정이다.
또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2020년 일리노이 사용자들이 같은 혐의로 제기한 집단소송에 대해 9천200만 달러(약 1천170억 원)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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