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0여개국과 디지털독재 대응 인터넷 신질서 선언…한국 빠져(종합2보)
유럽과 일본, 대만 등 참여…'민주 대 반민주'로 중·러 견제 성격
"한국, 산업 영향 등 판단해 결정 예정…내부 논의 진행 중"
중국 "이데올로기적 분열·대항 선동…자신의 기준을 남에게 강요"
(워싱턴·베이징=연합뉴스) 김경희 한종구 특파원 = 미국이 28일(현지시간) 유럽을 비롯해 일본, 호주, 대만 등 60여개국과 새로운 인터넷 질서 구축을 위한 선언을 발표했다.
대부분 주요 동맹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한국은 일단 빠졌다.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인터넷은 혁신적이고, 전 세계인에게 전인미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그러나 동시에 심각한 정책적 도전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국가들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독립 뉴스 사이트에 대한 검열이 횡행하고, 선거에 개입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흘리고 인권을 부정하는 등의 '디지털 독재'의 등장을 목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선언은 ▲ 모든 사람의 자유와 인권 보호 ▲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이끄는 글로벌 인터넷 증진 ▲ 모든 사람이 디지털 경제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 망 접근성 ▲ 사생활 보호를 포함한 디지털 생태계 신뢰 강화 등을 포함했다.
미국이 주도해 인터넷과 관련한 선언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민주 대 반(反)민주'의 선명한 구도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해온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 고위 당국자는 우크라이나전 와중에 러시아의 허위 정보전, 뉴스 검열 및 웹사이트 폐쇄 등을 지적하고,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위험한 인터넷 정책의 새 모델에서 리더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선언에는 유럽 주요국과 일본, 호주, 캐나다 등 주요 동맹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 대만, 콜롬비아, 알바니아, 아르헨티나, 자메이카, 코소보, 케냐, 라트비아, 몰타, 나이지리아 등 60여개국이 이름을 올렸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명단에 등장했다.
한국은 일단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불참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포함해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며 이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결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차기 정부 출범 시기와 맞물려 결정이 지연된 측면도 있으며, 미국 역시 이 같은 기류를 이해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그간 미국의 러시아 제재 등의 조치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정책 결정으로 일관해 왔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對)러 수출통제 등 강도 높은 제재를 잇달아 발표할 당시 한발 늦은 동참으로, 해외직접제품규제(FDPR) 제외 대상에 뒤늦게 포함되기도 했다.
루스 베리 국무부 국제정보통신정책 담당 부차관보 대행은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선언 발표가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비전에 공감하는 모든 나라에 열려 있고 몇 달간 동참 국가가 늘어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팀 우 대통령 기술·경쟁정책 특보는 이번 선언에 북한의 인터넷 접근 제한에 대한 우려가 담겼냐는 질문에 특정 개인이나 국가를 지목하진 않았다면서 이번 선언이 디지털 독재의 부상, 불법적 감시를 통한 뉴스 매체 검열 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언이 미국의 애초 목표에는 미달한다는 평가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선언이 우크라이나전과 연관된 러시아의 인터넷 검열 이후 힘을 얻었지만, 광범위한 지지를 담보하려는 미국의 야심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표 자체가 지연된 데다 당초 목표인 연합체 대신 선언이라는 형태로 바뀌었고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 일부 중요 국가들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이데올로기로 선을 긋고 분열과 대항을 선동하며 국제규칙을 파괴하려는 것"이라며 "자신의 기준을 남에게 강요하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자오 대변인은 "인터넷 공간은 인류의 협력 공간이고 인터넷 공간의 미래는 세계 각국이 공동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각국의 이익을 존중하는 인터넷 국제관리 규칙을 제정해 평화, 안전, 개방, 협력의 질서정연한 디지털 공간을 구축할 것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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