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산맥 2천800m 고지대서 발굴된 20m 거대 어룡 화석
30년간 묻혀있다가 진가 확인…뿌리 지름만 60㎜ 최대 이빨화석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알프스산맥의 해발 2천800m 고지대에서 발굴된 화석이 향유고래 크기의 거대 어룡(魚龍)이 남긴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끌고있다.
이 화석들은 30년 전에 발굴됐지만 주목받지 못하다가 최근 다른 어룡 화석이 나오면서 거대 어룡에서 나온 것이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로 이어졌다.
독일 본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지구과학연구소 고생물학 교수 마르틴 산데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스위스 동남부 그라우뷘덴주 산악지대에서 발굴된 거대 어룡 화석에 관한 연구 결과를 '척추동물 고생물학 저널'(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에 발표했다.
어룡은 약 2억5천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 초기의 원시 바다에 처음 출현했다. 몸통이 길고 머리는 상대적으로 작은데, 대부분이 2억년 전 쯤 멸종했다. 이때 어룡은 무게 80t에 몸길이는 20m 이상으로 덩치를 키운 것으로 분석돼 있지만 화석이 많지 않아 미스터리가 돼왔다.
이런 드문 화석이 알프스산맥 산꼭대기에서 발굴된 것이다.
산데르 박사는 약 30년 전 취리히대학의 동료 하인츠 푸러와 함께 2억 년 전 형성된 지층인 쾨센층의 지질지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 화석을 찾아냈다.
당시는 박사과정 대학원생으로, 화석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금세 잊어버렸다가 "최근 거대 어룡 화석이 추가로 발굴되면서 자세히 연구할 가치가 있는 대상이 됐다"고 산데르 박사는 설명했다.
연구팀은 화석이 출토된 지층이 2억년 전에는 원시 바다의 바닥이었지만 지층이 횡(橫)압력을 받아 주름지는 습곡(褶曲)작용으로 고지대가 됐다며 "빙하 아래에는 거대한 바다 생물의 화석이 더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 화석들이 약 2억500만년 전에 살던 세 마리의 어룡에게서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그 중 한 마리는 갈비뼈 10조각과 함께 등골뼈를 화석으로 남겼는데, 이들 뼈의 크기로 볼 때 몸길이가 약 20m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두 번째 어룡에게서는 등골뼈 화석만 발굴됐는데, 더 잘 보존된 화석과 비교한 결과, 몸길이가 약 15m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특히 뿌리의 지름만 60㎜에 달하고 깨져나간 이빨 윗부분까지 길이가 100㎜에 달하는 이빨 화석에 더 큰 관심을 뒀는데, 이는 어룡 기준에서도 대단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어룡 두개골에서 나온 이빨 화석 중 가장 큰 것은 뿌리 지름이 약 20㎜로 기록돼 있다. 이 어룡의 몸길이는 약 18m로 추산돼 있다.
이빨만 놓고볼 때 역대 가장 큰 것으로 제시했지만, 연구팀은 "이빨의 지름이 몸길이를 추론하는 직접적인 단서가 될 수는 없다"면서 이빨 화석의 주인이 몸길이마저 역대 가장 큰 어룡이라고 단정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빨 없이 작은 생물을 여과섭식 하는 흰수염고래는 최대 30m까지 자라고 무게가 150t에 달하지만, 이빨을 갖고 사냥하는 향유고래는 20m에 그쳐 흰수염고래와 비교하면 덜 자란 것처럼 보인다면서 , 바다의 포식자는 더 많은 칼로리를 소비해야 하므로 완벽한 사냥꾼인 향유고래 이상으로 덩치를 키울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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