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천지 아이티…갱단 싸움에 20명 숨지고 수천명 대피
아동 6명 등 일가족 8명 사망…"향후 며칠간 사상자 늘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갱단에 의한 폭력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에서 이번에는 갱단끼리의 싸움으로 최소 20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대피했다고 AP 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아이티 시민보호국 등에 따르면 이번 싸움은 24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4개 지역에서 시작됐으며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번 다툼으로 27일까지 어린이 6명을 포함한 일가족 8명이 숨지는 등 사망자 중에 어린이와 여성도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또 최소 10여 채의 가옥이 불에 타고 학교와 상점이 문을 닫았으며, 20여 명이 다치고 수천 명이 집에서 대피해 포르토프랭스 시장 집무실 인근의 텐트에서 임시로 머물고 있다.
공항 인근에 멈춰 서 있던 유엔인도주의항공서비스(UNHAS) 소속 헬리콥터에도 총탄 한발이 날아들었다.
이번 다툼에 연루된 갱단 곳 중 한 곳은 지난해 미국인 선교단 17명을 납치했던 '400 마오조'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한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물과 먹을 것, 생필품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채 대피해야 했다"면서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물자 수요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AP는 지난해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당한 후 발생한 권력 진공상태를 틈타 갱단들이 세력을 키우면서 폭력·납치 등 혼란이 급증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포르토프랭스에서 남부지역으로 가는 도로는 갱단의 수중에 넘어간 상태이며, 북부지역으로 가는 주요 도로 교통도 끊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사안에 분노한 아이티 국민들은 아리엘 앙리 총리가 이끄는 정부에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갱단보다 무장이 열악한 현지 경찰은 질서 회복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민보호국은 이번 폭력 사태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정치 지도자들의 복지부동과 침묵 때문에 인권에 대한 경시나 냉소주의가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향후 며칠간 갈등이 고조돼 더 많은 사상자와 유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