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루블로 가스 결제 말라"…회원국은 "지침 모호" 우왕좌왕

입력 2022-04-28 11:57
수정 2022-04-28 13:57
EU "루블로 가스 결제 말라"…회원국은 "지침 모호" 우왕좌왕

"유럽업체 4곳 이미 루블 걸제…10여곳 루블 결제계좌 개설"

회원국 "명확한 지침 달라"…EU 에너지장관, 내달 2일 회동해 조율할 듯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가스 대금을 자국 화폐인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았다면서 러시아가 27일(현지시간)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천연가스 공급을 전격 중단하자 유럽연합(EU)은 루블화로 러시아산 가스값을 지불하지 말라고 회원국에 권고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유럽 일부 기업들은 러시아산 가스 대금을 이미 루블화로 지불했거나 루블화 결제를 위해 러시아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회원국 사이에서 혼란이 일고 있다.

회원국 일부는 EU의 지침이 애매하다면서 이 문제에 대한 EU 차원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역내 가스 수입사를 겨냥해 계약서에 루블화 결제를 명시한 경우가 아닌 한 이는 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러시아 가스 관련) 우리 계약 전체의 대략 97%는 대금 결제가 유로나 달러로 이뤄진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루블로 돈을 내라는 러시아 측의 요구는 일방적인 결정이며 계약과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업체들은 러시아의 요구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서방이 부과한) 러시아 제재 위반이 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EU의 권고는 너무 모호하다는 게 상당수 회원국의 지적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러시아 측의 루블화 결제 요구와 관련,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대안이 없는지에 대해 EU가 좀 더 선명한 지침을 내려줄 것을 바라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회원국들의 이 같은 요구에 이날 EU 대사들을 상대로 비공개 회의를 열어 루블화 결제와 관련한 지침의 세부 문구를 다듬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블룸버그는 유럽 기업 4곳이 이미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러시아 국영가스업체 가즈프롬에 대금을 지불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루블화로 대금을 결제한 유럽 4개 업체가 EU 회원국 소속인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기업 에니(Eni)를 비롯한 유럽 기업 최소 10곳이 러시아의 루블화 결제 요구에 맞추기 위해 러시아 국영은행인 가스프롬은행에 계좌를 개설했거나, 개설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유럽내 가스 구입 업체들은 가스프롬은행에 각각 외국환과 루블화로 거래되는 2개의 계좌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 러시아 정부의 방침이다. 가스프롬은행은 러시아산 가스를 구입하는 업체들이 지불하는 외화를 루블로 바꿔서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에 이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EU가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 주 발행한 질의응답 문서에는 러시아 측의 이런 결제 절차는 계약 위반이자, EU의 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돼 있다.

하지만, 동시에 최초 납입이 가스프롬은행에 유로나 달러로 이뤄진 경우 대금 결제가 유로나 달러로 이뤄졌다고 간주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으로서는 최초 대금 지급이 유로나 달러로 이뤄진 뒤 추후 루블로 변환된 경우 러시아측이 이를 거래가 완료된 것으로 받아들일지는 불명확한 상황이다.

EU 에너지 장관들은 내달 2일로 예정된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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