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대선 승리 확신?…부모에 "정치 천재·최고 정치인"
필리핀 국민의 '독재자·사치의 여왕' 비판 평가 뒤집기 시도?
대선출마 모친 이멜다와 상의했다면서도 "내가 결정한 것" 강조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내달 9일 치러지는 필리핀 대선에서 승리가 유력하게 점쳐지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이 부모에 대해 '정치 천재', 최고의 정치인'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선친과 모친이 각각 독재자와 사치의 여왕으로 국민의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대선 승리를 확신하며 부모에 대한 '재평가'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올 전망이다.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은 지난 26일 밤 방송된 CNN필리핀 방송과의 대선주자 인터뷰에서 모친 이멜다(92)가 자신의 대선 출마에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이멜다를 가문 내 최고의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독재자이자 자신과 이름이 같은 선친 마르코스 전 대통령에 대해 '정치 천재'라고 평가했다.
마르코스는 "어머니가 우리 가문 최고의 정치인이라고 내가 말한다면 아버지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버지는 정치인이자, '정치 천재'"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멜다에 대해 "정말 정치인이다. 시장 상인에서부터 영국 여왕까지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다. 모두가 그녀와 친구가 된다"고 높이 평가했다.
마르코스는 대선 출마에 대해 어머니와 상의했다면서도 "(출마) 결정은 전적으로 내가 내린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CNN필리핀은 이멜다 여사가 지난 2013년 ABS-CBN과 인터뷰에서 아들인 마르코스가 대선에 출마해 남편의 유산을 이어가기를 원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앞서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은 지난달 한 포럼에 참석해서는 모친과 거리를 두는 듯한 발언을 했었다.
당시 일간 필리핀 스타에 따르면 그는 대통령에 당선돼도 변호사인 아내는 공직을 맡지 않을 것이라면서, 모친과는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이멜다는 남편의 대통령 재임 기간에 보석류와 명품 구두 등을 마구 사들여 '사치의 여왕'으로 불렸다.
그뿐만 아니라 메트로 마닐라 시장과 주택환경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요직을 맡아서 남편 못지않게 왕성한 대외활동도 벌였다.
마르코스 후보의 선친은 1965년부터 1986년까지 집권하다가 시민혁명인 '피플 파워'가 일어나자 하와이로 망명해 3년 후 사망했다.
그의 계엄 시절 고문과 살해 등으로 수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국고에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정부 재산을 빼돌렸다는 비난도 받았다.
마르코스 일가가 집권 당시 부정 축재한 재산은 100억달러(약 12조원 상당)이며 이중 4조원 가량이 환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친의 이름을 물려받은 마르코스는 지난해 10월 5일 대통령 후보 등록을 마쳤고 현재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힌다.
마르코스는 펄스 아시아가 지난 3월 17일부터 21일까지 실시한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56%의 지지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은 24% 지지율로 2위를 기록했다.
프란시스코 도마고소 마닐라 시장은 8%를 기록했고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 상원의원과 판필로 락손 상원의원은 각각 6%, 2%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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