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예타서 뺀 '아포피스' 탐사 '오시리스-렉스'가 맡는다
내년 말 베누 시료 전달 뒤 '오시리스-에이펙스'로 이름 바꿔 도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이 소행성 '베누'(Bennu)의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돌아오고 있는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SIS-REx)에 지구에 초근접할 '아포피스'(Apophis) 소행성을 탐사하는 2차 임무를 공식적으로 부여했다.
아포피스는 2029년 4월 지구와 달의 10분의 1거리까지 근접해 지나가는 소행성으로, 국내에서도 한국천문연구원을 중심으로 독자 탐사를 추진하다가 최근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 사업 선정 과정에서 탈락해 무산했다.
오시리스-렉스 탐사선 운영을 맡아온 미국 애리조나대학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탐사선이 베누 시료를 지구로 전달한 뒤 임무를 연장해 18개월 간 아포피스를 탐사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우주선 명칭은 '아포피스 탐사선'(Apophis Explorer)이라는 의미를 담아 '오시리스-에이펙스'(APEX)로 바뀐다. 원래 명칭인 오시리스-렉스는 '기원, 분광해석, 자원파악, 안보, 레골리스 탐사선'(Origins, Spectral Interpretation, Resource Identification, Security, Regolith Explorer)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소행성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는 임무를 표현한 것이다.
스포츠 유틸리티 차랑(SUV) 크기인 오시리스-렉스는 지난해 5월 지구에서 약 2억8천700만㎞ 떨어진 베누에서 시료를 채취한 뒤 2년여의 지구 귀환길에 올랐으며, 내년 9월 말 베누의 암석과 먼지 시료를 담은 캡슐을 유타주 사막에 떨어뜨릴 예정이다.
NASA가 2억 달러(2천526억원) 예산 한도를 정해 임무 연장을 공식 승인함에 따라 탐사선은 시료를 전달한 뒤 수성과 금성 사이 우주선 무덤 궤도로 가지 않고 아포피스로 향하게 된다.
최대 폭이 약 370m에 달하는 아포피스는 지난 2004년 처음 관측됐을 때 2029년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제시됐지만 추가 관측을 통해 충돌은 모면할 것으로 수정됐다.
하지만 지구에 3만1천600㎞까지 접근해 지난 50년간 추적해온 비슷한 크기의 소행성 궤도 중에서는 지구에 가장 가깝게 접근하고 향후 100년간 다가올 소행성 중에서도 최근접 소행성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포피스가 지구에 근접해 지나갈 때 유럽과 아프리카에서는 망원경 없이 맨눈으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오시리스-에이펙스는 베누 탐사 때와 달리 시료 채취는 하지 않고 관측만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표면에 근접해 추진엔진을 가동함으로써 표면 아래 물질을 노출해 구성 성분을 확인하게 된다.
아포피스는 일반 콘드라이트로 된 S형 소행성으로 알려져 있다. 비슷한 크기를 가진 베누는 B형 소행성으로, 탄소질 콘드라이트로 구성돼 있다.
오시리스-에이펙스 운영팀은 소행성 구성 성분과 함께 아포피스가 2029년 지구에 근접할 때 지구의 인력으로 받을 물리적 영향도 파악할 계획이다.
애리조나대학 측은 "오시리스-렉스는 이미 많은 첫기록을 달성했으며, 태양계의 기원에 관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가르쳐 줄 것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면서 "연장 임무를 맡은 오시리스-에이펙스는 소천체 탐사 분야에서 애리조나 대학을 주요 기관 중 하나로 유지하고 우주과학에서 신뢰할만한 능력을 다시 입증할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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