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압력에 대중관세 낮출까…백악관 "영향 면밀히 검토"(종합)
재무장관 "검토할 가치 있는 일"…USTR은 "협상력 떨어져" 반대
의회에 법안 계류…소비재 관세 낮추되 중요산업은 인상 가능성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차병섭 기자 =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 상황에 직면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소비자물가 급등을 감안,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국에 부과한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미 무역대표부(USTR)가 관련 검토를 진행 중이며 관세인하와 관련해 즉각 공유할 만한 소식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인플레이션 심화 상황에서 어디서 비용이 상승하는지 분명히 살펴보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분명히 그에 대해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와 함께 임금과 일자리, 미국의 경쟁우위에 대중국 관세가 미치는 영향, 세계시장에서 중국의 행태 등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언은 미국 정부 주요 당국자들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관세 인하를 연이어 주장하는 가운데 나왔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집권 민주당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22일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완화하는 것은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21일에는 달리프 싱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중국 수입품에 대한 대부분 관세는 어떤 전략적 목표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소비재의 경우 더욱 그렇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류 등 비전략적 분야의 중국 제품에 대해 관세를 낮추는 것이 인플레이션 대처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재무부는 그간 고물가 해소책의 하나로 대 중국 관세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USTR의 반대에 직면했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지난달 의회에 출석해 현시점에서 관세를 없애면 중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레버리지를 희생시킬 뿐만 아니라 물가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는 미 행정부가 중국산 소비재 관세를 완화하되 중국에 중요한 산업의 관세를 올리는 계획을 지난달까지만 해도 보류했지만, 이를 다시 꺼내 들 수 있다고 전했다.
당시에는 중국산 소비재 관세를 완화하더라도 중요한 산업의 관세를 올리면 중국이 이에 반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우크라이나전이 교착상태에 처해 환경이 달라졌다는 취지에서다.
미 의회의 논의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원이 마련한 '미국혁신경쟁법안'에는 USTR가 대중 관세 면제 절차를 재개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USTR의 재량권을 빼앗는 결과가 될 수 있는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이에 앞서 대통령 권한으로 가능한 무역법 301조를 발동해 관세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폴리티코의 분석이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불공정 관행을 저지른 교역 상대국에 보복관세를 물릴 수 있는 조항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중국 관세를 물릴 때도 이 조항을 활용했다.
다만 폴리티코는 중국 관세 완화 문제와 관련해 공화당과 민주당 내부는 물론 상원과 하원 의원 사이에도 의견이 갈려 이 조항이 의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전했다.
한편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채드 바운 선임연구원은 "사키 대변인의 발언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관세 인하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중국과의 막후 협상이 필요할 것이며, 중국과의 공급망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구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내부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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