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악재 뚫고 '깜짝 실적'…코로나 여파 완전히 떨쳤다

입력 2022-04-25 17:41
수정 2022-04-25 18:46
현대차·기아, 악재 뚫고 '깜짝 실적'…코로나 여파 완전히 떨쳤다

8년만에 최대 실적 이룬 현대차 이어 기아도 매출·영업익 사상 최대

판매 감소에도 제네시스·RV 중심 판매 믹스 개선이 수익성 끌어올려

환율·인센티브 하락도 한몫…"원자잿값 상승 등에 장기적 대응"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권희원 기자 =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의 악재 속에서도 올해 1분기에 증권사의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최근 8년 중 가장 양호한 실적을 올린 현대차에 이어 기아도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두 업체는 그동안 업계를 옥좨왔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모양새다.

다만 2분기에는 반도체 수급난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더해 중국 상하이 봉쇄와 원자잿값 상승 등의 추가 악재도 산적해 있어 현대차·기아는 미리 대응책 갖추기에 나섰다.



◇ 현대차, 악재 뚫고 31개 분기 만에 최대 실적…제네시스·SUV가 끌었다

현대차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0조2천986억원, 1조9천28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5일 공시했다. 영업이익률은 6.4%였다.

이는 작년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보다 각각 10.6%, 16.4% 증가한 수치다. 또 2014년 2분기 이후 31개 분기 만에 최대 실적이다.

반면 1분기 글로벌 판매량(도매 기준)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따른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잠정 운영 중단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7% 줄어든 90만2천945대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유럽과 중남미, 기타지역(아중동·아태)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7.4%, 0.1%, 1.3% 증가했지만 나머지 지역은 모두 감소했다.

특히 중국(37.9%), 러시아(21.6%), 한국(18.0%), 인도(15.4%)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이러한 판매 감소에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었던 것은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가 차량 판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고가 차량이 주로 팔리는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 판매 비중이 증가한 것도 수익성에 도움을 줬다.

먼저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올해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8.8%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4%에서 5.2%로 확대됐다.

마진율이 높은 SUV 판매량도 투싼 HEV(하이브리드) 등 신차 출신에 힘입어 작년 동기보다 5.9% 늘었다. 판매 비중도 44%에서 52%로 커졌는데 제네시스 모델을 제외한 일반 SUV의 판매 비중이 50%를 넘은 것은 이번 분기가 처음이다.

제네시스의 GV60, GV70, GV80까지 포함한 SUV 판매 비중은 54.5%였다.

올해 들어 '값비싼' 전기차 판매가 본격화된 것도 영업이익 증가에 한몫했다.

특히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가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배 가까이(97.1%) 증가했다. 판매 비중도 2%에서 5%로 커졌다.

이 밖에도 우호적인 환율과 재고 감소에 따른 인센티브 하락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중고차 가격 상승과 고가차량 리스 수요 증가로 금융 부문의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원자잿값 상승에 대응해 구매 전략 방향을 재설정한 것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



◇ 기아, 역대 최대 실적…RV 비중 첫 60% 돌파

기아도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49.2% 증가한 1조6천65억을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매출은 10.7% 늘어난 18조3천572억원으로, 이익률은 8.8%였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래 최대 규모다.

아울러 기아는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0.6% 감소한 68만5천739대를 판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 등 다른 글로벌 메이커들이 반도체 수급난에 따라 판매량이 크게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선방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중남미 판매량이 45.6% 늘며 가장 큰 증가율을 기록했고 이어 인도(9.5%), 유럽(9.3%), 북미(1.8%) 순이었다. 기아가 지난해부터 출시한 스포티지, 카렌스, EV6, 니로 등이 해외에서 흥행에 성공한 결과다.

다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파에 따른 생산 차질과 내수 위축으로 판매량이 36.6% 감소했다. 하지만 기아의 인도공장이 지난 3월부터 3교대 24시간 풀가동 체제에 돌입하며 이러한 생산 차질을 만회해 큰 타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기아도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우호적인 환율과 레저용차량(RV) 등 고수익차량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 재고 축소에 따른 인센티브 감소 등이 수익성 개선과 최대 실적 달성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RV명가'라는 명성답게 올해 1분기 RV 판매 비중은 61.3%를 기록해 처음으로 60%대를 돌파했다.

하이브리드(4.3%→7.3%)와 전기차(2.5%→6.2%) 판매 비중이 작년 동기보다 많이 늘어난 것도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됐다. 특히 전용 전기차 EV6는 유럽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아는 EV6 등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서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 2분기에도 비우호적 환경 계속…"장기적으로 대응"

2분기는 전통적으로 자동차 판매 최대 성수기로 여겨진다.

하지만 현대차·기아는 반도체 부품 부족과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상하이 봉쇄 등으로 부품 수급 불균형이 2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원자잿값 급등과 환율 변동성 확대, 업체간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상승도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이러한 비우호적인 대외환경에 대비해 현대차·기아는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차는 러시아로 수출하는 부품을 타지역으로 유연하게 전환 배정해 생산 확대를 추진하는 동시에 원가와 인센티브 축소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아울러 올해로 계획된 투자와 신차 출시 연기도 검토한다.

원자잿값 상승과 관련해선 전담 조직을 신설해 원자재 시황 변동에 따른 손익 영향을 자동으로 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적용할 계획이다. 또 원자재 가격 인상에 대응하기 위한 전사적인 협의체를 신설해 유기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운영할 방침이다.

기아도 러시아 생산물량을 타지역으로 전환시키는 동시에 2분기에 재료비 부담이 커질 것에 대응해 전 권역에서 비용 절감 노력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현대차 서강현 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러시아 위기와 원자잿값 상승에 적극적이고 장기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면서 "올해 영업이익률은 5.5∼6.5% 목표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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