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안정세인데 뎅기열 급증…싱가포르, 작년 환자 수 넘어서

입력 2022-04-25 11:29
코로나 안정세인데 뎅기열 급증…싱가포르, 작년 환자 수 넘어서

'5~10월 더 많아지는데'…고온다습·드문 바이러스·재택근무가 원인

코로나로 대거 재택근무 2020년에도 숲모기에 노출 증가로 역대 최다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코로나19 사태가 안정세에 접어든 싱가포르에서 올해 뎅기열 환자가 4개월 만에 이미 지난해 전체 환자 수를 넘어서면서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그레이스 푸 싱가포르 지속가능성·환경부 장관은 지난 24일 '2022 싱가포르를 청결하게' 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올해 현재까지 5천500명 가까운 뎅기열 환자가 발생했다"면서 "이는 지난해 전체 뎅기열 환자 수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싱가포르 뎅기열 환자 수는 5천258명이었다.

그러면서 "지금이 겨우 4월이라는 점에서 우려되는 추세다. 앞으로 다가올 기간에 뎅기열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통상 싱가포르에서는 5∼10월에 뎅기열 환자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발생한다.

푸 장관은 뎅기열 발생을 줄이기 위해 집 주변이나 공사장 등의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시민들에게 촉구했다.

뎅기열은 이집트숲모기, 흰줄숲모기 등 뎅기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에 물려 감염된다.

감염자의 70∼80%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심하면 출혈이 생기는 뎅기출혈열, 출혈에 혈압까지 떨어지는 뎅기쇼크증후군이 나타난다.

푸 장관은 "뎅기열은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라면서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고 있지만, 뎅기열에 걸리지 않도록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천∼4천 명대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지난주 뎅기열 환자는 746명으로 2020년 8월 말∼9월 초 주간 환자 937명 이후로 가장 많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국립환경청(NEA)은 싱가포르가 이미 뎅기열 급증 상황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올해 뎅기열 환자 급증에는 3가지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따듯한 가운데 비가 오고 습한 날씨가 최근 이어지면서 이집트숲모기 개체 수가 많아졌다고 NEA는 설명했다.

또 2019년과 2020년 뎅기열 환자를 대거 발생시킨 혈청형 2 뎅기 바이러스와 함께 흔치 않은 혈청형 3 뎅기 바이러스가 널리 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NEA는 설명했다.

2019년 뎅기열 환자는 1만5천998명이었지만, 2020년에는 3만5천315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셋째로는 재택근무를 하는 이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보니, 이집트숲모기 등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고 NEA는 덧붙였다.

코로나19가 처음 발발한 2020년에도 당국의 강력한 직장 봉쇄로 특히 4∼5월에 많은 이들이 집에 머무르면서, 전년도와 비교해 뎅기열 환자가 50% 이상 증가했었다고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전했다.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