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마존·애플, 노조 결성 움직임에 구식 노조파괴 공작
"노조파괴 컨설턴트 고용해 노조 활동 비방"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아마존노조(ALU)는 당신을 바보 취급하고 있습니다."
25일(이하 현지시간) 예정된 노동조합 결성 찬반 투표를 앞둔 미국 뉴욕시 스태튼섬의 한 아마존 창고에서 이런 내용의 전단이 배포되고 있었다.
전단은 또한 새 노조 간부들이 "당신들을 소송당하게 해 벌금을 물게 하거나 (직장에서) 쫓겨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달 초 스태튼섬의 또 다른 아마존 창고 'JFK8'에서 아마존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동조합 결성 투표가 가결됐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미국에서 유통체인 월마트 다음으로 직원들이 가장 많은 민간 사업장이다.
JFK8에 이어 이 창고에서도 노조 결성 투표가 진행되자 사측이 온갖 방해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창고 노동자들은 전했다.
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줄리언 미첼-이스라엘 씨는 "사측이 조직적으로 우리와 직원 간 대화를 못 하게 하고 직원들을 겁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물가 고공행진과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아마존, 애플 등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에서 노조 결성 움직임이 잇따르자 사측이 이같이 전통적인 노조 파괴 공작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신문이 인터뷰한 노조 인사들에 따르면 사측은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해 노조 결성 추진 직원 감시, 노조 비방 선전물 게재, 노조파괴 컨설턴트 고용, 노조 주장을 반박하는 회의 참석 강요 등을 시행하고 있었다.
아마존은 20년 가까이 노조 결성 움직임을 억누르기 위해 노조파괴 컨설턴트를 고용해왔다.
아마존이 2017년 인수한 식료품점 홀푸드에서는 2020년 노조 결성을 저지하려고 과거 노조 파괴 경력으로 잘 알려진 민간 보안회사 '핑커톤'을 불러들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번 JFK8 창고에서 투표가 진행됐을 당시에도 외부인이 창고를 돌아다니며 직원들을 협박하고 다녔고, 노조 측은 마스크를 쓴 외부인의 사진을 노조파괴 컨설턴트라며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애플 직원들도 노조 방해 공작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애틀랜타 북서부 컴벌랜드몰에 있는 애플스토어 직원들은 이달 20일 미국노동관계위원회에 노조 설립을 위한 찬반투표 시행서를 제출했고, 뉴욕시의 그랜드센트럴역에 있는 애플스토어 직원들도 노조 결성을 추진 중이다.
그러자 애플 사측은 컴벌랜드몰에 인사과 직원들을 파견해 일대일 미팅을 진행하겠다고 공지했다. 사측은 직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노조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는 대기업이 노조 결성에 반대 투표하도록 직원들을 회유하려고 종종 사용하는 수법이라고 반박했다.
구글의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구글 파이버'에서 일하는 계약직 직원들은 지난달 노조를 결성했다. 계약직 직원들은 구글에서 일하지만, 외부 업체에 소속됐다. 당시 이들은 노조 파괴 컨설턴트와의 회의에 참석하도록 강요받았고, 이 회의에서 노조를 결성하면 계약이 해지될 것이라는 협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마존 사측은 이에 대해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우리 직원들이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숙지하고, 외부 대리인들에 대한 결정이 회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우리는 전일제이든 파트타임이든 우리 직원들에게 매우 좋은 보상과 혜택을 제공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구글은 노조를 결성했든 안 했든 외부 공급업체와 계약을 하고 있으며 그들 직원이 노조를 결성할 권리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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