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코로나19 장례식 지연에 시신 부패 속출

입력 2022-04-24 09:57
홍콩 코로나19 장례식 지연에 시신 부패 속출

오미크론 변이 확산 속 두 달여 만에 9천명 사망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지난 두 달여 코로나19 사망자 급증에 따른 장례식 지연으로 시신 부패가 속출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잰 챈(28) 씨는 지난달 13일 코로나19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시신을 그로부터 한달 뒤에야 병원 영안실에서 뵐 수 있었다.

비닐에 싸인 채 시신 보관 냉장고에 보관돼 있던 할아버지의 시신은 검게 변하기 시작했고 쪼그라들어 있었다.

한 달여 장례식장을 구하지 못한 챈씨 가족은 결국 지난 15일 병원 야외에서 도교식으로 간단히 장례를 치러야 했다.

챈씨는 "장례를 잘 치러드리고 싶었지만 결국 이렇게 됐다"며 "장례에 대해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매우 슬펐다"고 토로했다.

올 1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시작한 이후 홍콩은 사망자 급증 속 심각한 영안실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망자가 처음 보고된 2월 9일 이후 두 달여 만에 9천여 명이 사망하면서 많은 시신은 야외 임시 컨테이너 냉장고에 보관됐다.

덩달아 장례식장에 자리가 나지 않으면서 시신 보관 기간은 길어졌고 날씨도 더워지면서 야외 냉장고에 보관된 시신을 중심으로 부패가 시작됐다.

구룡장례식장의 렁팍와이 매니저는 "푸산 공공영안실 인근 컨테이너에 보관된 많은 시신이 악취를 풍기며 부패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가족이 시신 인도를 요구하면서 시신 보관 컨테이너가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면서 내부 온도에 영향을 미쳤다"며 우리가 보관한 시신 10구 중 한두 구가량이 부패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시신 보관 냉장고를 자체 보유하지 않은 장례업자들은 더 많은 부패한 시신을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쿽호이봉 홍콩 장례업협회장은 현재 밀려있는 예약된 장례식을 모두 치르는 데는 약 3주가 걸릴 것이며 다음 달 말까지 모든 장례식장의 예약이 꽉 찼다고 말했다.

그는 "시신 보관용 냉장고의 내부 온도는 3∼4도로 설정돼 있는데 기온 상승과 햇빛이 야외 냉장고의 운영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홍콩 가족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한 소규모 장례식을 선호하고 있어 이용 가능한 날짜와 장례식 홀 크기에 쏠림 현상이 심하다"며 "대부분 홍콩 가족은 하룻밤 장례를 치르지만 일부 가족은 전통 의식에 따라 특정한 날에 치르기를 원하면서 전반적인 장례식 지연이 초래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지난달 초 6만 명에 육박했던 홍콩의 일일 신규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지난 22일부터 500명대로 떨어졌다. 연일 200명이 넘었던 일일 코로나19 사망자 수도 23일 9명까지 줄어들었다.

이 같은 감염자 수 감소세 속에서 홍콩은 1월부터 진행한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난 21일 완화했다.

인구 740만명인 홍콩의 코로나19 누적 감염자는 120만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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