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최장수 경제부총리 홍남기 "아쉬운 점은 역시 부동산"

입력 2022-04-24 12:00
수정 2022-04-24 17:01
퇴임 앞둔 최장수 경제부총리 홍남기 "아쉬운 점은 역시 부동산"

"코로나 위기 A부터 Z까지 대응…재정준칙·서발법 입법 안 돼 아쉬워"

"가장 힘들었던 건 전국민지원금 논란…다시 돌아가도 욕먹으며 재정 지킬 것"

"공무원 생활은 그저 열심히 한 것뿐…퇴임 후엔 자연인"



(세종=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년 반에 걸친 임기를 돌아보며 아쉬운 점으로 부동산 문제를 꼽았다.

기재부 출범 이후 역대 최장수 장관으로 이름을 남기게 된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면서 우리 경제 회복을 이끌었지만, 부동산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는 끝내 이루지 못하고 임기의 마지막을 맞게 됐다.

홍 부총리는 다음달 새 정부가 출범하면 경제사령탑에서 물러난다.

◇ "코로나 극복 가장 기억에 남아…부동산·서발법·재정준칙은 아쉽다"

24일 기재부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개최 기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동행 기자단을 만나 "임기 중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역시 부동산시장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가격이 올라가는 거에 대해서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든가 해서 상당 폭으로 하향 안정세를 시키고 나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건 이제 다음 정부로 넘겨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언론에서 불안하다, 더 올라갈 것 같다, 이러면서 불안 심리가 더 커진 것도 있고, 우리나라는 근로소득에 의해 부를 축적하려는 것보다도 투기적 횡재 소득을 노리는 게 많아서 그런 측면에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공급에 대해서도 "5년 단위로 보면 공급이 절대 적지 않다"며 "일부 언론은 자화자찬이라고 하지만, 물러나면서 그 정도 얘기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또 "부총리가 됐는데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이 11년째 입법이 안 된 게 가장 서운한 것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으로 재임할 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입법 실무를 책임졌으나, 이 법은 2011년 12월 국회에 제출된 후 지금까지 계류 중이다.

아울러 "향후 재정 정상화 과정에서 재정 긴축이 꼭 필요한데, 1년 반 넘게 재정준칙 입법이 안 된 것도 정말 아쉽다"고 홍 부총리는 덧붙였다.

반면 보람찬 일로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꼽았다.

홍 부총리는 "임기 3년 반 중에 2년 반이 코로나 시기니까, 코로나 A부터 Z까지 (대응)했다"며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회복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이어 "2019년 일본 수출 규제에 우리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대책으로 맞선 것"을 언급하며 "특히 소부장 특별회계는 예산실에서 다 반대했지만 내가 고집을 피워 만들었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에서 예산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한국판 뉴딜에 대해서도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라며 "이름을 바꾸거나 미세 조정은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 (구조조정은) 그럴 수 없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 대주주 기준 강화·전국민지원금 지급 논란 겪어…"'홍두사미'에 상처"

홍 부총리의 임기 중에는 유독 난관도 많았다.

2020년 11월 주식 양도소득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 강화에 따른 논란이 이어지면서 홍 부총리를 해임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건을 넘겼고, 당시 정치권의 압박으로 결국 대주주 기준이 유지되자 홍 부총리는 사표를 던졌다.

2021년 2월에는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의 전국민지원금 지급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로부터 "정말 나쁜 사람"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번번이 정치권의 요구에 밀리면서 홍 부총리는 '홍두사미', '홍백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부총리 하면서 코로나19 때문에 여러 가지로 힘들었지만, 전국민 지원금(지급 논란)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며 "(홍두사미라는 별명에는) 상처도 많이 받았다"고 회고했다.

홍 부총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재부가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내가 정치권하고 부딪칠 때 정치권이 하라는 대로 얘기하면 정말 재정과 국가가 산에 올라갈지도 모른다"면서 "다시 또 부총리를 하라고 해도 나는 욕 먹으면서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임기 중 예산만 11번 편성…"2차 추경은 새 정부 판단"

홍 부총리는 코로나 위기 대응 과정에서 59년 만에 1년에 4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 임기 중 총 11차례 예산을 편성한 부총리라는 기록도 남기게 됐다.

홍 부총리는 "앞으로 50년이 지나도 한 부총리가 (예산 편성을) 열 번 넘게 하는 경우는 없을 것 같다"며 "추경을 7번 한 것도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기록은 깨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차 추경에 대해서는 "추경을 더 한다, 안 한다는 건 새 정부 판단"이라며 "내가 하지 말라고 할 권한도 없고, 새 정부가 책임지면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퇴임을 앞둔 홍 부총리는 고시 출신 관료로서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내가 서울대 출신도 아니고, 영·호남 출신도 아니지만 그래도 장관까지 왔는데, 돌이켜 보면 열심히 한 것밖에는 없는 것 같다"며 "어디에 있든 가장 근본은 학연도 아니고, 지연도 아닌 자기 열정과 성실함이 쌓인 평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도 '흙수저' 출신인데, 흙수저일지라도 사회적 신분 상승이 가능하게 (하는) 고시 제도를, 사법고시를 없앤 거에 대해서는 굉장히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퇴임 후 정치권 진출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다시 한번 밝혔다.

장래 총리 차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나는 '자연인 1호'"라고 홍 부총리는 답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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