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서방제재 맞서 '자급자족 행군' 시작

입력 2022-04-23 10:54
[우크라 침공] 러, 서방제재 맞서 '자급자족 행군' 시작

수입부품 없는 국민차·국내용 SNS·자체결제망

대량실업 막기 위해 재교육·공공근로 확대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2014년 크림반도 무력합병 이후 탈서방 경제를 구축해왔던 러시아가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례 없는 제재 세례로 다시 한번 자력갱생에 나서고 있다.

CNN은 그중 러시아 각 업계에서 서방 제재에 대처하는 특징적 사례를 22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먼저 러시아 국민차 라다는 의존도가 높은 수입 부품을 줄이는 방향으로 다시 만들어진다.

라다 제조사 아브토바즈는 최대 주주인 프랑스 자동차회사 르노가 지난달 23일 모스크바 공장 운영을 중단한다고 선언하자 하루 뒤 수입 부품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일부 모델을 재설계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구체적으로 해당 모델명은 언급하진 않았지만 향후 몇 개월 이내로 점차 출시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러시아 자동차산업 잡지 관계자는 재설계된 모델은 잠김 방지 제동장치(ABS) 등 일부 기능을 빼 현재 모델보다 더 단순화된 버전일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자체 소셜미디어(SNS)도 이번 기회에 서방 플랫폼에서 이용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의 러시아 버전인 '브콘탁테'가 대표적인 예다.

SNS 분석기업 브랜드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최근까지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SNS는 인스타그램이고 그다음이 브콘탁테였다

브콘탁테는 지난달 러시아 정부가 자국 내에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접속을 제한하자 이를 기회로 삼아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이달 말까지 수익 콘텐츠에 대한 수수료를 면제했고, 지난달 1일부터는 다른 SNS 플랫폼에서 옮겨오거나 자사 SNS 페이지를 재활성화한 이용자를 대상으로 무료 홍보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마땅한 대체 서비스가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 이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지난달 역대 최다인 1억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아직 서방 플랫폼 이용자를 완전히 흡수하지는 못하고 있다.

러시아 인스타그램 사용자 상당수가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여전히 우회 접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진출한 서방 기업들의 철수나 일시 폐쇄에 따른 실업 문제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인다.

최근 모스크바 시당국은 33억6천만 루블(약 502억원)을 배정해 실직 위기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서방 기업에서 일하던 직원을 재교육하고 고용해 실업 문제를 사전 방지하려는 차원이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러시아 내 외국 기업들의 철수나 영업 중단으로 모스크바에서만 약 20만명이 실직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었다.

구체적으로 공문서를 관리하거나 시립공원, 임시보건소 등에서 일하는 것이 포함된다.

엘리나 리바코바 국제금융협회(IIF) 부수석 경제학자는 아직 러시아에서 대량 실업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현실화할 경우 소요 사태를 촉발할 수 있어 크렘린궁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그간 공들여 구축해온 자체 결제망을 통해 해외결제시스템 부재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 카드회사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러시아에서 철수했지만 러시아 국내 영향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러시아는 2014년 이후 서방 제재를 받자 현지 결제 시스템을 개발해 규모를 키웠다.

러시아 중앙은행 산하에 지불결제기관 국가지불카드시스템(NSPK)을 만들어 자국 내 모든 결제 처리를 전임했고, 2015년에는 NSPK가 운영하는 러시아 최대 결제시스템인 '미르'(Mir)를 만든 뒤 사용층 확대에 나섰다.

그 결과 2016년 미르카드 발급건수가 176만장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해 1억1천300만장을 넘어섰다.

다만 제한적인 해외네트워크가 약점으로 남아 해외결제를 못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난제다.

비자·마스터카드가 해외에서 사용이 중지됐지만 대안으로 여겨지는 미르의 경우 구소련 일부였던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해외 결제망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2014년 이후 만든 자체 금융시스템인 SPFS는 이용하는 금융기관이 400개인데, 이는 1만1천개의 금융기관이 이용하는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와 비교해 수십 배 차이가 난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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