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한 '포식자' 딩고, 개와 늑대 중간 유전자 특징 보여
개와 구조적 차이 있지만 늑대보다 독일셰퍼드에 가까워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태즈메이니아 호랑이가 멸종한 뒤 호주 대륙의 최상위 포식자 역할을 하는 '딩고'가 단순히 야생화한 개를 넘어 유전적으로 개와 늑대의 중간적 특징을 갖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라트로브대학 유전학 교수 빌 발라드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지난 2014년 새끼들과 함께 구조된 사막 딩고 '샌디'의 게놈을 5종의 개와 그린란드 늑대 등과 비교해 얻은 이런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AFP통신과 저널 등에 따르면 샌디의 게놈은 박서와 독일셰퍼드, 바센지, 그레이트데인, 래브라도 리트리버 등과 비교됐으며 구조적 차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딩고는 야생에서 개체 수와 환경 조건에 따라 자연선태(도태) 과정을 통해 진화하면서 인간이 주는 먹이와 선택에 따라 진화한 개와 유전적 차이를 보이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딩고는 그린란드 늑대보다는 개와 더 많은 유전자를 공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비교된 5종 중에서는 독일셰퍼드와 가장 유사했다.
딩고는 지난 1만 년 간 인간이 즐겨온 녹말의 소화를 돕는 단백질(췌장 아밀라아제) 형성 유전자를 늑대처럼 한 쌍만 갖고 있는데 비해 독일셰퍼드는 이를 8쌍이나 갖고 있다.
이런 독일셰퍼드 분변에서는 같은 먹이를 먹은 딩고와 달리 녹말을 분해하는 3개 박테리아군이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게놈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발라드 교수는 "딩고의 진화적 위치는 상당 기간 분리돼 있었다"면서 "샌디는 개와 늑대의 중간 정도"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추가 확인을 위해 호주 동부 오스트레일리아 알프스서 발견된 다른 산악 딩고의 게놈도 분석 중이다.
인간이 기르던 개가 수천 년간 고립돼 야생화한 딩고의 게놈은 현대 개의 유전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는 참조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이들을 데리고 호주에 도착한 고대인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딩고는 양을 비롯한 가축을 잡아먹는다고 해 농부들의 미움을 사고 있지만, 발라드 박사는 딩고가 작은 유대목 동물을 사냥하는 쪽으로 진화해 왔으며 고지방 먹이는 쉽게 소화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을 잡아먹는 것이 떠돌이 개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행동 실험을 통해 딩고의 누명을 벗겨줄 수 있기를 희망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