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새 총리 "나라가 빚으로 침몰 중…전시처럼 대응해야"
"가난·실업·인플레이션과 전쟁…이전 정부는 비참하게 실패"
IMF 지원 재개도 추진…재무 장관 "허리띠 조일 것"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세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신임 총리가 취임하자마자 '빚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21일(현지시간) 돈(DAWN) 등 파키스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샤리프 총리는 전날 첫 내각 회의를 주재하며 "나라가 빚으로 침몰하고 있다"고 우려하며 새 정부의 책무는 이 배를 해안까지 운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샤리프 총리는 장관들에게 "이것은 전시내각"이라며 가난, 실업, 인플레이션 등 여러 문제와 전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임 임란 칸 총리가 의회 불신임으로 인해 물러난 후 지난 11일 새 총리로 선출됐다.
샤리프 총리는 "이전 정부는 여러 어려움과 싸움에서 비참하게 실패했다"며 "창고와 공장들은 전력과 연료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즉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샤리프 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이런 경고 메시지부터 날린 것은 그만큼 파키스탄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파키스탄 경제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으로 인해 대외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이 겹치면서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은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남부 과다르항을 잇는 도로, 철도, 에너지망 건설 등 중국과 여러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빚을 졌다.
경제 전문 사이트 트레이딩이코노믹스가 파키스탄 중앙은행을 인용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대외 채무는 1천300억달러(약 160조원)에 달한다.
반면 중앙은행의 외화 보유고는 최근 한 달간 162억달러(약 20조원)에서 108억달러(약 13조원)로 급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새롭게 임명된 재무장관 미프타흐 이스마일은 지난 19일 오는 6월까지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0% 규모인 350억달러(약 43조원)로 불어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가도 치솟고 있다.
3월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2.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파키스탄의 2021∼2022 회계연도(7월부터 6월까지)의 물가상승률 예상치를 기존 9.4%에서 12.7%로 올렸다.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발전 연료 수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파키스탄 곳곳에서는 단전 사태도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은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내밀고 있다.
파키스탄은 2019년 7월 IMF로부터 60억달러(약 7조4천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로 합의했지만 세수 확대 등 경제 체질 개선 관련 이견으로 인해 지금까지 30억달러(약 3조7천억원)만 받은 상태다.
이스마일 장관 등은 IMF 지원 회생 협상을 위해 전날 미국으로 이동했다.
이스마일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IMF 구제금융 프로그램 회생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긴축 정책을 추진하고 공공분야 개발 자금도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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