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는 지금] 봉쇄 완화했다지만 1천600여만명 계속 격리 중
인구 68%가 격리 지속…25일째 격리에도 지역사회 대규모 감염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25일째 봉쇄 중인 중국 상하이시가 통제 강도를 조금 낮췄다.
하지만 2천500만 시민 중 70% 가까이가 여전히 자가격리 상태인데다 고강도 봉쇄에도 대규모 지역사회 감염이 지속돼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창장삼각주 광역경제권의 경제 마비 현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상하이시는 20일 위챗 계정을 통해 '통제구역', '관리통제구역, '방어구역' 목록 조정 내역을 발표했다.
조정 결과에 따르면 7일 또는 14일 이내 코로나19 양성 사례가 있어 주민들이 자가 격리되는 '통제구역' 또는 '관리통제구역'에 사는 시민은 1천636만명으로 전체의 68%에 달했다.
'통제구역' 주민은 집 문밖으로 전혀 나갈 수 없고, '관리통제구역' 주민은 하루 한두 시간가량만 단지 안에서 산책, 배달 물건 수령 등 제한적 활동을 할 수 있어 사실상 자가격리 상태로 볼 수 있다.
상하이가 처음으로 지역을 3가지로 나눈다고 발표한 지난 11일 '통제구역'과 '관리통제구역' 주민의 비율은 76%였는데 이번에 소폭 낮아졌다.
당시 상하이시는 구역별 개수만 공개했는데 이번엔 구역별 인구수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집 주변에서 장보기 같은 제한적 활동만 허용되는 '방어구역' 주민은 756만명으로 기존의 586만명보다 소폭 증가했다. '방어구역' 주민 비율은 24%에서 32%로 높아졌다.
하지만 연합뉴스 취재 결과, 구역별 방역 취지와 맞지 않게 '방어구역'으로 지정된 주민 대부분이 일체의 단지 밖 외출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방어구역'으로 지정된 민항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주민은 "방어구역이 된 직후 곧바로 통지가 내려와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행증을 전혀 내주지 않고 있다"며 "말로는 봉쇄가 풀렸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봉쇄 상태가 무기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과 중국중앙(CC)TV 등 관영 매체들은 '방어구역'으로 지정된 지역 시민들이 자유롭게 장을 보는 모습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주민들에게 통행증을 발급해 제한적 외출을 허용하는 지역은 코로나19 확산 정도가 약하고 인구밀도가 낮은 진산구, 충밍구 등 외곽 농촌 지역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지난달 28일 이후 사실상 상하이 전면 봉쇄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중국 당국이 방역 강도를 실질적으로 낮추지 못하는 것은 한 달 가까이 이어진 봉쇄에도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유의미하게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일에도 상하이에서는 1만8천495명(무증상 감염자 1만5천851명 포함)의 신규 감염자가 보고됐다. 일일 신규 감염자가 지난 17일 2만7천명대를 찍고 나서 소폭 감소하고는 있지만 꾸준히 하루 2만명 안팎 규모가 유지되고 있다.
3월 이후 상하이의 누적 감염자는 43만명을 넘어섰다.
거의 모든 시민을 격리한 고강도 봉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단 대규모 지역사회 감염이 폭발하고 나서 당국이 감염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확산 통제에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격리시설 밖에서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는 '사회면 제로 코로나'를 방역 완화의 기점으로 본다. 하지만 20일에도 격리시설 밖 감염자가 여전히 900명에 달했다. '사회면 제로 코로나'가 달성된 지역은 외곽 농촌인 진산구와 충밍구 두 곳밖에 없었다.
이처럼 고강도 봉쇄에도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이 지속돼 일대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세계 공급망까지 교란 중인 상하이 봉쇄가 당분간 유의미하게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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