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러 참석 G20 회의서 퇴장 등 집단행동…러 "정치화말라"(종합2보)

입력 2022-04-21 08:07
서방, 러 참석 G20 회의서 퇴장 등 집단행동…러 "정치화말라"(종합2보)

러 발언하자 美·英·加 등 퇴장…한국은 발언 후 자리 계속 지켜

서방·러, 회의장 안팎에서도 설전…G20, 공동성명 채택 못해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곽민서 기자 = 미국 워싱턴DC에서 20일(현지시간)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도중 미국 등 서방의 일부 장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항의 표시로 퇴장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회의장 안팎에선 러시아의 G20 회의 참석에 대한 불만과 함께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서방의 싸늘한 발언들이 쏟아졌고, 러시아는 G20 회의를 정치화하지 말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를 향한 가시 돋친 언행은 미국이 주도하는 주요 7개국(G7) 중심으로 이뤄졌고, 그 외 중국, 인도 등 G7이 아닌 G20 회원국들은 그리 동조하지 않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재무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G20 회의 도중 러시아 측 발언이 시작되자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우크라이나 재무장관은 물론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의 고위급 경제 관리들도 회의장을 나왔고, 화상으로 참석한 일부 관리들은 화면을 꺼버렸다고 WP는 전했다.

다만 G7 중 일본과 이탈리아, 독일의 재무 장관은 자리를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는 작년 G20 의장국이어서 집단 퇴장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G7 회원국인 프랑스 재무장관은 화상으로 참여하다 러시아 측 발언이 시작되자 화면을 껐다.

한국에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해 러시아보다 먼저 발언을 마쳤고, 러시아 발언 도중에도 자리를 지켰다.



이번 G20 회의는 현재 워싱턴DC에서 진행 중인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 총회 기간을 이용해 열린 것이다

그런데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개최된 첫 재무장관 회의인 만큼 미국이 주도하는 일부 서방은 회의 전부터 러시아의 G20회의 퇴출을 주장했고,러시아 대표가 회의에 참석하면 집단 퇴장하겠다는 엄포를 놓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러시아 측에선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이 화상으로 참여했고, 티무르 막시모프 재무부 차관은 회의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회의장 안팎에선 서방과 러시아 측 참석자간 가시 돋친 발언이 오가는 등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옐런 장관은 참석자들에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 순 없다"며 러시아의 회의 참석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회의 후 국제 금융계의 러시아 침공 대응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재무부는 이날 러시아 추가 제재안을 별도로 내놓기도 했다.

서방의 일부 장관들은 러시아를 향해 "왜 이 회의실에 앉아 있느냐"며 러시아의 참석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고 WP는 전했다.

캐나다 측 프리랜드 장관은 러시아 인사들에게 전쟁 범죄를 저지른 정부를 섬기고 있다고 쏘아붙이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종료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까지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러시아 차관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러시아에 전달하라고 촉구했고,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고립돼야 한다"고 압박했다.

세르히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재무장관은 러시아가 국제 경제의 질병이라면 우크라이나는 면역 세포에 해당한다고 한 뒤 러시아를 막지 못하면 감염이 확산하고 오염이 시작될 것이라면서 각종 지원을 호소했다.



러시아는 일부 서방이 이날 회의에서 보여준 모습과 자국에 가한 각종 제재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러시아 재무부는 회의 후 성명에서 미국 등의 회의 퇴장은 언급하지 않은 채 회원국 간 대화를 정치화하지 말 것을 촉구하면서 G20 회의가 항상 경제에 초점을 맞춰왔음을 강조했다.

또 "현재 위기의 또 다른 측면이 국제 통화 및 금융 시스템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 자유로운 무역과 금융 거래 가능성이 더이상 보장되지 않는다"며 서방을 정조준했다.

이런 분위기 탓인 듯 G20 장관들은 회의가 끝난 후 공동성명을 내지 못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G20에 어려운 순간이라면서도 "우리를 분명히 동요하게 만드는 일들이 있지만 우리는 얼마나 상호 의존적인지 인식해야 한다"며 G20을 통한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G20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일부 서방의 퇴장이 G20의 폭넓은 논의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면서 "이 일이 G20의 협력이나 중요성을 약화하진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러시아 측 연설 때 일부 국가가 퇴장했다"며 "연설이 끝난 후 다시 입장해 회의가 계속 진행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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