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지적장애' 말레이 마약 밀수범 내주 사형 집행

입력 2022-04-20 18:59
싱가포르, '지적장애' 말레이 마약 밀수범 내주 사형 집행

국제사회 사형반대 청원에도 상고 기각…지난달 다른 마약범도 사형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가 '지적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사형반대 청원이 일었던 말레이시아 출신 마약 밀수범에 대한 사형을 내주 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AFP·EFE 통신은 20일 말레이시아인 사형수 나겐트란 다르말린감(34)의 가족 및 사형반대 단체 관계자를 각각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나겐트란의 누이 사르밀라는 AFP 통신에 일주일 뒤인 오는 27일 나겐트란에 대한 사형이 집행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나겐트란은 21세이던 지난 2009년 4월 허벅지에 헤로인 42g가량을 감은 채 몰래 들여오려다 검문소에서 체포됐고 이듬해 고등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마약 범죄를 특히 강력하게 처벌하는 싱가포르는 15g 이상의 헤로인을 밀수하다 적발되면 사형에 처하는 '무관용' 정책을 펴고 있다.

이 문제는 지난해 11월 사형 집행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나겐트란을 사면해달라는 청원 운동이 국제적으로 벌어지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청원은 나겐트란이 협박을 당해 마약 밀수 범죄에 악용됐고, 지능지수(IQ)가 69로 낮은 만큼 사형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말레이시아 총리가 사면을 요청하고 인권단체들이 들고 일어나자 재판부는 사형 집행일 하루 전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집행을 유예했다.

그러나 지난달 대법원 격인 항소법원이 나겐트란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면서 사형이 최종 확정됐다.

싱가포르 사법당국은 바로 다음 날에는 싱가포르 국적의 마약 밀수범 압둘 카하르 오트만(68)의 사형을 전격적으로 집행했다.

이는 2019년 이후 싱가포르에서 집행된 첫 사형이었다.

싱가포르는 국제 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마약 관련 범죄자에 대해서는 사형을 집행하는 30여 개 나라 중 하나다.

마약 밀매와 살인 등 강력 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치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싱가포르 정부의 입장이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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