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스리랑카대사 "경제난에 시위까지…동포 안전 확보에 최우선"

입력 2022-04-20 07:07
주스리랑카대사 "경제난에 시위까지…동포 안전 확보에 최우선"

"민관협의체 구성·비상연락망 가동…경찰 등에 안전 요청"

"민생고 해결에 상당 시간 필요…한국도 방역·고용 지원"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양의 섬나라 스리랑카가 최악의 경제난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정운진(57) 주스리랑카대사가 동포 안전과 권익 확보를 위해 총력 대응 중이라고 말했다.

정 대사는 20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대규모 전국 시위가 발생한 상황이라 모든 업무 가운데 동포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스리랑카는 대외 부채 급증과 외화 보유고 급감으로 인해 민생 경제가 파탄 상황에 직면했다.

물가는 급등했고 강제 단전이 이어졌다. 생필품 부족난과 함께 주유소에는 기름을 사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졌다.

정 대사는 "식품 물가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상승한 품목이 많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민생고가 해결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심이 들끓으면서 콜롬보 대통령 집무실 인근 등 전국 곳곳에서는 정권 퇴진 시위가 벌어지는 중이다.

경제난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소상공인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단전으로 인해 생산 라인 정상 가동에 어려움이 생겼고, 공정 불량률도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사는 "한인 기업은 자체 발전기 가동을 위해 경유를 조달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이 달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교민 사회에도 불안과 우려가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 대사는 스리랑카 한인회(변성철 회장), 재스리랑카 한국경제인협의회(오성길 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서남아협의회(엄경호 회장) 등 동포사회와 민관합동 협의체를 구성,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동포사회와 비상 연락망을 구축, 가상훈련을 하는 등 예방조치도 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리랑카 경찰 당국, 외교부 등 유관기관과도 협력하면서 동포들을 위한 신변안전 조치를 강하게 요청 중"이라고 덧붙였다.



주스리랑카대사관과 현지 한인회 등은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도 단단한 팀워크를 보여주기도 했다.

당시 스리랑카 정부의 강력한 봉쇄 정책 속에서도 한국인을 위한 우회 항공노선 지원 시스템 구축, 특별 입국 허가 등을 성사시켰고, 백신 보급 초기에는 교민 대상 별도 접종도 시행했다.

정 대사는 스리랑카 경제난의 이유에 대해 "관광 수입 급감과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본국 달러 송금 감소 등으로 인해 정부 보유 외화가 부족해지고 불어나는 대외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리랑카는 현재 경제난 타개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 한국을 비롯해 제조업, 정보기술(IT) 강국의 투자 유치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그는 이런 스리랑카의 어려운 상황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한국도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사는 "한국 정부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지난 2년간 스리랑카에 300만달러(약 37억원) 상당의 방역 물품을 지원했다"며 "스리랑카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도 지속해서 늘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있는 2만명 넘는 스리랑카 국적 근로자가 코로나19 전만 하더라도 연간 5억달러(약 6천200억원)가 넘는 외화를 본국으로 송금했다"며 "한국은 투자를 통한 스리랑카 고용 창출 등에도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대사는 외교부 일본과장, 기획재정담당관, 주미국대사관 공사참사관, 조정기획관 등을 거쳐 2020년 스리랑카 대사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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