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이름 딴 신종 노래기 학명
팬이라는 다족류 전문가 "내 나름의 감사 표시"…다른 종에는 아내 이름 붙여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 애팔래치아산맥에서 발견된 새로운 노래기 종(種)에 유명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이름을 딴 학명이 부여됐다.
버지니아공대(Virginia Tech) 다족류 전문가인 데릭 헤넨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개방형 정보열람 학술지 '주키즈'(ZooKeys)에 새로 확인된 노래기 17종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이 중 하나에 '나나리아 스위프타이'(Nannaria swiftae)라는 학명을 붙였다.
학술지 출판사인 '펜소프트'(Pensoft)에 따르면 이는 '스위프트의 나나리아 종'이라는 의미로, 스위프트의 팬인 헤넨 박사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논문 제1 저자인 헤넨 박사는 "그의 음악은 내가 대학원의 모든 과정을 견뎌내도록 도왔다"면서 "신종 노래기에 스위프트의 이름을 붙인 것은 내 나름의 감사 표시"라고 했다.
미국의 유명 팝가수이자 작곡가인 스위프트는 '셰이크 잇 오프'(Shake It Off), '유 빌롱 위드 미'(You Belong With Me) 등 많은 히트곡을 냈으며, 지난 2011년 2월 내한공연을 갖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수여하는 올해의 글로벌 레코딩 아티스트상에서 방탄소년단에 이어 2년 연속 2위를 차지했다.
나나리아 속(屬) 노래기들은 숲 바닥이나 땅속에 살면서 낙엽을 비롯한 식물을 먹고 분해해 생태계에 영양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곤충학자들은 박물관에 수집된 표본을 통해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나나리아 종이 많은 것으로 추정해왔으며, 연구팀은 미국 동부 17개 주를 중심으로 수년에 걸쳐 새로운 표본을 수집해 왔다.
숲의 나뭇잎이나 통나무, 바위 등을 들춰 나나리아 종을 찾아낸 뒤 DNA 등을 분석했다.
이런 현장 탐사와 함께 박물관 및 대학 소장 표본 등을 통해 총 1천800여개의 표본을 검토한 끝에 17종의 새로운 나나리아 종을 확인했다.
이들은 반짝이는 갈색이나 검은색 바탕에 흰색이나 적색, 오렌지색 등의 반점이 찍힌 길이 18∼38㎜의 몸통을 갖고있었다. 수컷은 앞부분 다리 끝에 휘어진 작은 발톱을 갖고 있어 '휜 발톱 노래기'(twisted claw millipede)로도 불리는데, 하천 근처 숲에 서식하고 토양 아래서 종종 발견돼 근연종들보다 더 신비한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노래기 종 중에는 N. 스위프타이와 함께 헤넨 박사의 부인 이름을 딴 N. 마리아나이(marianae)도 포함돼 있다.
과학자들은 라틴어 종명을 결정할 때 종의 특징을 나타내는 형용사나 발견한 장소 또는 나라 등과 함께 종을 발견하거나 연구에 도움을 준 사람 등의 이름을 소유격으로 만들어 남성은 '∼i', 여성은 '∼ae'를 붙이기도 한다.
지난달에는 다리가 10개 달린 멸종 고대 문어 종에 대해 조 바이든(Biden)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따 '실리프시모포디 비데니'(Syllipsimopodi bideni)라는 학명을 붙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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