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정부에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 제안키로"

입력 2022-04-19 15:06
수정 2022-04-19 15:10
"日 자민당, 정부에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 제안키로"

'국가안전보장전략' 개정 위한 제안 조만간 확정

방위비 5년내 GDP 대비 1%→2% 증액여부는 미정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일본 집권 자민당이 정부에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를 제언하기로 했다고 현지 일간 아사히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전날 열린 자민당 안전보장조사회 회의에서 "자민당은 정부에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요구하는 방향에는 의견이 일치했지만, 명칭 변경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는 일본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장기 지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 개정을 위한 자민당의 제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다. 정부는 국가안전보장전략, 방위계획의 대강(방위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중기방) 등 3대 안보 관련 문서를 연말까지 개정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자민당은 조만간 국가안전보장전략 개정을 위한 제안을 확정해 이달 하순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제언

자민당은 일본 주변의 안보 상황 악화를 이유로 '적 기지 공격 능력'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은 탄도미사일 발사 기지를 비롯한 적국의 기지나 군사 거점을 폭격기나 순항 크루즈 미사일 등으로 공격해 파괴하는 능력이다.

자민당 안보조사회는 "미사일 기술의 급속한 변화와 진화에 따라 요격만으로는 일본을 방어할 수 없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은 원거리 타격 수단 등의 보유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을 영구적으로 포기하고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된 현행 일본 헌법 제9조에 근거한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에 배치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다.

전수방위는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 비로소 방위력을 사용하고 실력 행사 방식도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그치도록 한다는 원칙이다.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관해서는 타격 대상을 어디까지로 정할지에 대해서도 자민당 내에서 이견이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안보조사회가) 공격 대상에 미사일 기지뿐 아니라 지휘통제 기능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지만 '어디를 공격할지 미리 말하는 국가는 없다'는 신중론이 나왔다"고 전했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이 선제공격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정부와 자민당에서 나왔다.

여당 내에선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의미하는 '타격력'이나 '억지력' 등의 용어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야당인 일본공산당 고이케 아키라 서기국장은 "정면에서 논의할 수 없기 때문에 이름을 바꾸려고 한다"며 "전형적인 인상 조작이며 고식(임시변통)적인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내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논의는 2020년 아베 내각 때 육상 배치 미사일 요격 체계인 '이지스 어쇼어' 사업이 기술적 문제로 백지화된 것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아베 전 총리는 퇴임을 닷새 앞둔 2020년 9월 11일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염두에 두고 새로운 미사일 방어 대책을 마련하도록 당부하는 총리 담화를 발표했다.

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스가 전 총리에 이어 작년 10월 취임한 기시다 총리는 적 기지 공격 능력에 관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겠다"며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방위비 5년 내 GDP 1%→2%로…신중론도

자민당 안보조사회는 일본 주변의 안보 환경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총생산(GDP)의 1% 이내인 방위비를 앞으로 5년 안에 2%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본예산 기준 방위비는 5조4천5억엔(약 53조8천억원)으로 GDP 대비 0.96%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방위비 계산 기준인 연안 경비 예산 등을 포함하면 GDP 대비 1.24% 수준이다.

GDP 대비 2%는 나토가 회원국에 권고한 방위비 목표 기준으로 일본도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방위비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앞서 자민당은 지난해 11월 중의원 총선에서 방위비의 GDP 2% 이상 증액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도쿄신문은 안보조사회 회의에서 방위비 증액 방침에는 찬성하는 의견이 잇달았지만 "달성 시한을 정하는 것은 국민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준다"는 경계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자민당이 제안한다고 해도 정부가 실제 5년 안에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방위비를 늘리려면 사회보장비 등 다른 부분 예산을 깎거나 세금 인상 또는 국채 발행으로 인상 재원을 마련해야 하지만 현 경제 상황에서는 어느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방위비 증액을 위해선 전체 예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연금과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예산에 손을 대야 하지만 국민 저항을 생각하면 감축이 어렵다.

또 정부 부채비율도 작년 기준 GDP 대비 256%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아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도 쉽지 않으며 국민의 저항이 큰 소비세 인상 등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재정부담이 크다는 당내 신중론도 있어서 목표 달성 시기 등이 수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 '방위장비 이전 3원칙'도 재검토

자민당은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방위장비 수출 규칙을 규정한 '방위장비 이전 3원칙'도 재검토하자고 정부에 제안할 방침이다.

아베 내각 때인 2014년 4월 각의에서 결정된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은 방위장비를 수출하거나 제공할 때는 일본의 안보에 이바지하고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며 사전에 엄격한 심사를 받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조치하는 분쟁 당사국에는 방위장비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자민당이 마련한 '국가안전보장전략' 제언 원안에서는 방위장비의 수출을 국가 정책으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처럼 침략을 받는 나라에 대해 살상 능력을 갖춘 장비의 이전도 포함한 군사 지원을 검토하자고 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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