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계부채' 경고하는 이창용…기준금리 인상 이어질 듯
재정·통화정책 조율도 강조…"정부부채 엄격한 관리 필요" 소신도
"10년간 매년 GDP 0.5%씩 세수 늘려 복지재원으로" 증세 아이디어까지
국회 기재위, 19일 한은 총재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최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19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우리나라 경제·금융 관련 현실 인식과 정책 소신 등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물가와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하며 앞으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엇박자' 문제에 대해서는 조율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또 다른 경제 쟁점인 '적정한 정부부채 규모'와 관련해서도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뚜렷하게 자기 목소리를 냈다.
◇ "높은 물가 오름세 지속, 통화 완화정도 조정해야…빅스텝 필요성 크지 않아"
18일 이 후보자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제출한 서면답변에 따르면, 그는 물가 불안 등을 고려해 당분간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 14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자신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위원들이 금융·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하게 결정했고,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금리를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질문에도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도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적절한 조정을 통해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0.25%포인트(p) 넘게 한꺼번에 기준금리를 올리는 이른바 '빅 스텝'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늦게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일부 선진국 중앙은행처럼 한 번에 0.25%포인트 이상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 "부채증가, 금융·경제 안정 저해…기준금리 신호·DSR 정착 필요"
아울러 이 후보자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거시건전성 정책이 계속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채 증가 등에 따른 금융불균형은 대내외 충격 발생 시 금융·경제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경기·물가 상황에 맞춰 완화적 정책들을 정상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한은은 금리 조정 시그널(신호)을 통해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가계 부채관리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대출자별 DSR 규제에 대해서도 "소득에 비해 높은 가계부채는 대내외 충격 발생 시 부실 위험을 키우고 소비둔화 등을 통해 실물경제의 하방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그동안 강화된 DSR 규제가 금리 인상과 함께 가계부채 증가 억제에 기여하는 효과가 작지 않음을 감안할 때 DSR처럼 차주의 상환능력에 기반한 대출 원칙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지했다.
부동산 시장 불안 원인에 대한 질문의 답변 중에는 "사후적으로 보면 DSR 거시건전성 규제가 조금 더 일찍 강화됐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라고까지 했다.
◇ "대출완화·추경, 유동성·물가에 영향 주면 조율 필요"
그는 이처럼 현재 한은과 금융당국이 금리를 올리고 대출을 규제해 돈줄을 죄지만, 새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을 통해 돈을 풀고 대출 규제 완화를 시도하면서 빚어지는 정책 상충 문제를 인정하고, 기관 간 조율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후보자는 "현재 새 정부가 계획하는 대출 규제 조정은 생애 첫 주택 구입자 등 실수요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 미시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며 "현시점에서 통화정책과의 엇박자를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그렇지만 이런 미시 조치도 시행 과정에서 시중 유동성 등 전반적 금융 여건과 거시경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그에 따른 영향이 커지게 되면 통화정책 운영에도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 경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각각 추구하는 목적에 맞게 운영되는 가운데 조화를 이루도록 정책당국이 서로 소통하며 조율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경으로 돈이 풀리면 물가를 더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현재 추진되는 추경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에 초점을 맞춰 미시적 차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정부 방역 조치로 불가피하게 피해를 본 계층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이런 미시적 조치의 규모가 커서 물가 등 거시경제 상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조화를 이루도록 서로 조율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 "원화, 국제화 안 돼 정부부채 엄격히 관리해야"
국가부채, 증세 등 민감한 경제·정치적 쟁점에 대해서도 이 후보자는 답변을 회피하지 않고 비교적 구체적으로 자기 생각을 밝혔다.
우선 지난 대선에서도 논란이 된 '적정 국가부채 수준'과 관련, 그는 "과거에는 국가부채 비율을 선진국은 60%, 신흥국은 50% 이하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겼으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위기 과정에서 주요국의 국가부채가 크게 늘어나면서 적어도 선진국에 대해서는 이런 기준이 유명무실해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주요국에 비해 낮아 단기적으로 당장의 위험에 빠질 상황은 아니지만, 중기적으로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연금·의료비와 관련된 복지성 재정지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원화가 달러화 등에 비해 국제화된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할 경우 국가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우리나라 특성에 유의하면서 정부부채를 더 엄격히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증세 필요성 관련 질의에는 "우리나라의 경우 급속한 고령화로 현재의 복지수준을 유지하더라도 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증세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증세 정책 아이디어까지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증세는 사회·정치적 합의가 필요한데, 합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10년간 매년 GDP 대비 0.5%씩 세수(연금 등 사회보장기여금 포함)를 늘리되 이를 직접 복지지출 재원으로 연계시키는 방안도 하나의 아이디어로 기획재정부에서 검토해 볼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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